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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복무율 82.7%.

복무율 50% 찍었다고, 1년 꺾였다고 좋아하던게 어제같은데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17.3%, 대충 따지면 17주라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렇지만 체감상으론 분명히 엄청 긴 시간을 더 부대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건

개인적으로는 절망적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2.

절망적이다. 할 수 없다.

남은 시간이 17주라는데, 이룬건 별로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토익은 그대로 895점에 머무르고 있고,

당초 생각했던 영화글은 많이 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설, 나름대로 누구에게 내밀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의

소설을 최소 100페이지 이상 써서 나오겠다는 목표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중간 중간 쓰고 엎고 쓰고 엎고 하다보니 버려진 20페이지 짜리 원고만 3개다.)

복학 후에 무리없는 적응을 위한 전공 공부는 당연히 1도 안 했는데,

결국 5학년, 6학년까지 다니는 건 나로서는 당연한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3.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많은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또 한 편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었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A4 기준 15페이지 짜리 단편 소설을 완성시켜서

병영문학상에 응모했다. 결과를 신경안쓴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한 작품을 온전히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뿌듯했다.

또한, 이전의 나였으면 생각도 못했을 부대 UCC 대회 참여,

부대 행사 내 소품 제작 참여, 부대 내 도서관 근무 등의

뜻하지도 않았고 아직은 모르지만 언젠가 내 인생에 있어 한 번 쯤 내세울 수 있을

소중한 경험도 많이 쌓았다.

거기다가 월간지에 공모한 글 한 편이 예상과 다르게 입선에 성공했다.

그 동안 글 쓰기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하루 하루 의지가 꺾여가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렇게나마 받은 5만원과 월간지 한 권이라는 작은 보상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줬다.


4.

물론 아직 전역이 17주나 남은 건 사실이라, 이런 글을 벌써부터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 편으로는 어색하고, 내 스스로도 너무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어색함과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83주 동안 나는 분명 후회도 많이 남고 감추고 싶은 기억도 많은 군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또 힘을 얻는 일련의 과정들은 미래의 내게는

분명히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이후 사회로 던져질 17주 후의 미래의 내가

23년간 그토록 어려워했었고 수많은 시행착오만 만들어낸 사회생활이라는 높은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들 길고 튼튼한 장대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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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신과 함께-죄와 벌(2017)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김향기, 주지훈, 김동욱 外.

★★★☆
---------

단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한 가지를 미리 말하고 시작하면, 저는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원작 웹툰의 이미지가 저에게는 일절 없어서 아마 원작 웹툰을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제 생각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꽤 될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원작이랑 비교해서 어떤지는 모르지만, 영화 한 편으로 봤을 때는 꽤나 괜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신파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다른 한국식 신파조 컨텐츠들에 비하자면 상대적으로 더 정제된 느낌이고 과하진 않다는 느낌입니다, 스토리 상으로도 신파적 요소들이 필수적인 영화니까요. 덱스터 스튜디오의 노하우가 집약 된 특수효과는 200억원이라는, 많다고 하면 많지만, 분명히 어지간한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떨어지는 제작비를 감안하면 놀라울 만큼 좋습니다. 여러 유명 배우들에 의해서 훌륭하게 연기된 여러 캐릭터들은 짧게 등장해도 자신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퇴장을 합니다. 중간중간 반복적인 전개에 루즈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전개도 해 나갑니다.

다만, 김용화 감독 특유의 단점이 발목을 잡는 느낌입니다. 이미 '오!브라더스', '미스터 고', '미녀는 괴로워', 그리고 '국가대표'같은 영화들에서 봐왔으면 알겠지만, 이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떨어지는 대신에 그 사이 사이를 유머와 신파, 그리고 특수효과로 채워서 얕은 이야기를 감추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를 깊게 다루는 능력은 없지만, 관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관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확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화라는 감독의 존재는 이 영화에 있어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화려한 특수효과, 그리고 적절한 신파적 구성과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구축해낸 세계관은 이 영화에 있어서 득이 되었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업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죽은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까지 유머를 들이미는 가벼운 연출과 해설 자막이 없으면 명칭과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없는 화려하기만 하고 텅 빈 특수효과, 그리고 분위기를 계속해서 해치는 유머는 영화에 있어서 큰 실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2편이 나온 다음에 더 정확한 평이 가능할 영화지만, 아직은 장점이 단점보다는 커보입니다. 1편 자체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어쨌거나 2편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준다는 점에서는 저는 좋은 평을 주고 싶습니다. 뭣보다, 2편에는 마동석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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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2017)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진: 제임스 멕어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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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 최고의 이야기꾼이였다가 '레이디 인 더 워터', '라스트 에어벤더', 그리고 '애프터 어스'로 완전히 고꾸라진 후에 '데블'과 '더 비지트'로 겨우 겨우 체면치레를 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인시디어스 시리즈'등의 다양한 호러 영화들을 제작해온 제이슨 블룸의 '블룸하우스'와 손을 잡고 낸 17년 신작입니다. 국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는 남자에 대한 얘기입니다. 23개의 인격. 2개만 다뤄도 연기하는 배우는 충분히 고생인데, 이 영화에서는 무려 23개나[각주:1] 됩니다. 

본작의 메인격 인격들 중 패트리샤, 헤드윅, 데니스 (차례로.) 행동과 어투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러다보니, 배우의 연기가 중요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23개의 인격을 지닌 주인공이자 악역인 '케빈 웬델 크럼'역을 맡은 배우는 제임스 멕어보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멕어보이는 23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다중 인격 배역을 맡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많은 인격들을, 매우 뛰어나게 연기해냈습니다. 차분한 여성, 강박적인 사이코패스, 외향적인 청년, 괴물, 어린 아이까지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셈인데, 각각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도 어느 캐릭터 하나 특징을 놓치지 않고 특징을 잡아 뛰어나게 연기를 해 냅니다. 

무엇보다 악역이 피해자에게 큰 적의가 없다는 전반부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배우의 다중 인격 연기로 커버해버릴 정도로, 멕어보이의 연기력은 굉장합니다. 

이러한 제임스 멕어보이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영화 후반부의 수많은 인격들이 수시로 바뀌는 부분인데, 장면 자체가 수많은 인격들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을 이용해서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중 인격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임스 멕어보이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만 합니다. 여러 명의 다른 인물들을 1분 안팎의 짧은 순간 안에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써가면서 연기해내는데, 그 중 저는 성별이 바뀌는 부분에서 살짝 걸친 옷으로 가슴을 가릴 때는 새삼 제임스 멕어보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샤말란의 연출력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입니다. 그 덕에 출연 배우들의 숫자도 적고, 배경이 되는 공간은 거의 동물원 지하실로 한정되며, 공간이 전환되어도 대부분이 정신과 의사의 방, 기차역 같은 격리된 공간이나 혹은 인적이 드문 공간으로 한정이 됩니다. 저예산인 만큼 인물 위주의 구성을 택한 셈입니다. 공간과 등장인물이 한정된 탓에, 인물들의 행동도 비슷한 행동과 전개가 반복됩니다. 반복되는 구성 안에서 영화 자체적으로 묘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묘한 리듬이 영화 결말부에 들어서, 감독의 의도대로 완전히 박살납니다. '심리 스릴러'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반복되는 구성과 설정 아래에서 만들어낸 굴레가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완전히 부서지는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느낄 겁니다. 당혹감 아니면 상식의 파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거기다가 쿠키 영상으로 가면 이 차이가 더욱 극심해질 겁니다. 

쿠키 영상을 통해서 첫 번째 반전의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개연성을 완벽히 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감독의 전작이었던 '언브레이커블'과의 연결을 시도하는데,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 덕분에 영화 안에서 보여지던 전혀 개연성 없어보이던 전개와 설정 구멍이 메꿔질 뿐만 아니라, 다소 어설픈 감이 있던 설정이 개연성을 가지게 됩니다. 

인격이 변할 때 마다 신체 능력이 변한다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 '언브레이커블'과 이어지면서, '언브레이커블'에서 프라이스가 말했던 '악당으로 태어난 사람' 중 하나이면서 데이빗 던처럼 선천적인 초인으로 태어난 게 됨으로 개연성과 의미를 갖추게 되는거죠. 거기다가 본작에서 여주인공인 케이시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상처의 극복을 통한 정신적 성장'이라는 주제는, '언브레이커블'에서 데이빗 던이 힘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함과 동시에 영웅으로 각성하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비록, 비율 문제로 완벽하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의 원본 포스터의 금은 이어진다. 즉, 처음부터 감독이 암시를 하고 있던 것.

단순히 세계관 확장과 개연성 확보의 문제를 넘어, 쿠키 영상을 통해 본작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이 작품과 '언브레이커블', 그리고 이후 나올 후속작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데도 성공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평식 평론가의 '영악한 재고처리'라는 평이 정말 잘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당혹감을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나온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것도 크게 성공한 영화도 아닌 본전치기만 겨우 한 작품과의 연결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기 때문에, 반응은 둘 중 하나일겁니다. 당황하거나, 아니면 흥미를 느끼거나. 분명히 저처럼 흥미를 느낄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저 대머리가 나오는 쿠키영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을겁니다. '언브레이커블'을 본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이미 샤말란 감독에 의해서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이자 '23 아이덴티티'의 후속작인 '글래스'가 촬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어쨌거나 샤말란이 생각하고 있는 이 슈퍼히어로 3부작의 마지막 주사위는 굴러가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이미 히어로와 빌런에 대한 설명이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끝난 만큼, '글래스'는  영웅과 빌런의 대결만이 남아있는 셈인데, 이 작품으로 완벽하게 감이 돌아온 샤말란인 만큼, 후속작 역시 큰 기대가 됩니다. 

마블과 DC로 꽉 차 있는 히어로 영화 판에 블룸하우스-샤말란 풍의 전에 없던' 히어로 영화가 어느 정도의 반향을 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를 결과겠지만, 저는 성공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 물론 작중 제대로 등장하는 인격은 이상 성욕을 가진 데니스, 여성인격 패트리샤, 어린 아이 인격인 헤드윅, 그리고 본인격인 케빈과 '스포일러' 정도입니다. 그 외는 그냥 있구나 하고 짚고 넘어가는 정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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