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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record review: 원더우먼 (2017)







*특별한 형식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 갈기는 리뷰입니다. 고로 앞 뒤가 안 맞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앞서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phero&no=616546 에 이미 먼저 업로드한 글입니다. 걔가 저임.



1. 슈퍼 히어로라는 장르는 장르 특성상 거의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한 장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하는 범죄 액션물이 될 수도 있고(다크나이트),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장 만연한 문제인 인종 및 성적인 차별을 진지하게 다루는 드라마 물이 될 수도 있으며(엑스맨 시리즈), 아니면 세상에게서 버림받은 악당이 악당을 처단하는 강렬한 피카레스크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다.(퍼니셔)


그렇지만, 이렇게 장르적 세분화가 꾸준히 이뤄지는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 때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면, 


1. 캐릭터성

2. 드라마

3. 액션


이렇게 3개가 아닐까 싶다. (엑스맨 시리즈는 특성상 전통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하기는 좀 힘드니 제외하자.)


2. 최근의 히어로 영화의 제작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드라마와 인물에 대한 깊은 묘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단순한 액션 영화의 하위 장르로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슈퍼 히어로 영화는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모든 것이 그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위해서 만들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의 완성도가 미흡할 경우,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가 무너질 정도로 등장 인물의 완성도에 영화 전체가 크게 기대고 있다는 거다. 


3. 최근의 마블 영화에 비해 DC 영화들이 비판을 받은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거다. 히어로가 중심이 되는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중심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맨 오브 스틸’은 좀 나았다. 분명히 주인공인 슈퍼맨의 캐릭터성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영화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는 캐릭터였을 뿐만 아니라, 그 미흡함까지 캐릭터의 개성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렇지 못했다. 두 영화 모두 문제점을 말하자면 수도 없이 나오겠지만, 두 영화의 공통된 가장 큰 문제점은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 영화계에 있어서 이브의 독사과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요 등장인물의 묘사를 완전히 내팽겨친 영화였으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아예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가 뭔지도 모르는 듯 갈팡질팡하는 영화였다. 


이런 상황에서 ‘원더 우먼’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4. 고백하자면, 나는 ‘원더 우먼’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다. 심지어는 예고편도 한 번도 보지 않았을 정도니.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본 슈퍼 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로건’, ‘시빌워’와 함께 이 영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5. DC 필름즈는 이 영화에서까지 자신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슈퍼 히어로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범생같은 영화다. 영화의 중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더우먼’이고, ‘영웅의 탄생-힘의 자각-빌런과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빌런과의 싸움’에 살짝 변주가 가해진 걸 빼면 (사실 변주보다는 재해석이 맞을듯하다.) 충실하게 지켜진다. 


어찌보면 ‘원더우먼’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의 서부극, 어반 판타지 심지어 화장실 코미디로 까지 변주되고 있는 슈퍼 히어로 장르에 있어서 최근의 동향과는 상당히 엇나가는 영화다. 근래 나온 여성 중심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완성도 높은 인물 묘사를 보인 것과 별개로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만 따져보면 이만큼 보수적인 영화가 없을 것이다.


6. 이 영화가 가장 성공한건 바로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훌륭한 캐릭터성, 느리지만 결코 과욕을 부리지 않고 강약 조절이 잘 되어있는 구성까지.


특히, 이질적인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섞인 로맨스와 배우들의 탄탄한 호연(갤 가돗은 말할 것도 없고 크리스 파인은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 밖에 이완 브렘너나 데이비드 듈리스, 대니 휴스턴 등의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탄탄하게 받쳐준다.)은 영화의 드라마에 깊이를 불어넣어준다. 위에서 말한 ‘가장 중요한 3개’ 중 벌써 2개가 탄탄하다. 


7. 위의 ‘3가지’ 중 마지막 요소인 액션 또한 인상 깊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 완성된 DC 특유의 액션 스타일은 본작에서 큰 빛을 발한다. 특유의 호쾌한 타격감과 슬로우 모션과 특유의 카메라 워크를 통해 만들어내는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액션씬은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어서 여기서도 진경을 만들어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빼자. 난 아직도 그 영화가 뭐하는 영화인지 모르겠으니...)


8. 요약하자면, 최근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흔히 빠지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무시될 수 있을 수준이다. 


그리고, 드디어 DC는 차갑고 낯설기만 한 외피를 벗어던지고 따뜻한 심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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