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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신작인 ‘인랑’입니다. 

  

원작은 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볼 일도 없을 겁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했습니다. 

  

감독의 네임밸류에 비춰 봐도 실망스럽고, 영화 자체만 놓고 봐도 실망스럽습니다. 

  

장점은 꽤 명확한 영화입니다. SF 영화의 볼모지인 한국에서 (원작의 힘도 어느정도 있었겠지만) 꽤 그럴 듯한 사이버 펑크 디스토피아 영화를 만든 것부터 이미 박수를 쳐 줄만한 일입니다. 

  

최근 액션 영화의 경향에 역행하는, 느릿하면서도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액션 연출은 굉장합니다. 화려한 동작이나 현란한 카메라 워크 없이 단순하고 우직한 액션 스타일은 앞으로 특유의 기계 슈트와 함께, ‘인랑’이라는 영화에서 가장 먼저 기억될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영화 최대 장점은 강동원입니다.




190cm가 넘는 장신, 떡 벌어진 어깨,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한 눈빛까지. 

  

강동원은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히 표현합니다. 그저 잘 한 캐스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뛰어난 캐스팅입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매우 뚜렷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세계관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영화 내의 주요 설정들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문제를 짚어 볼까요?

  

영화는 청각 예술의 요소도 갖추고 있지만, 그 근간은 시각 예술입니다. 영화는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전달합니다. 소설에서 몇 페이지를 할애하는 인물 묘사도, 영화에서는 사소한 행동을 프레임에 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설정과 배경을 설명한다는 것은, 제작진이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관을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걸 실패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비단 설정뿐만 아니라, 공안부와 특기대의 대치는 그 배경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또, 제작진이 만든 절망과 불안감으로 가득한 2029년은 평화로운 빵집의 광경과 함께 무너져 내린지 오래고요. 

  

영화의 영상은 화려하지만, 의미를 상실한 영상은 그저 속 빈 강정에 불과합니다. 

  

굳이 특기대가 과잉 진압을 하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냥 의경이 무기를 들고 진압하면 왜 안 되는지. 왜 특기대가 2029년인데도 50년대에 만들어진 총을 들고 다니는지. 왜 한국에서 활동하는 극좌 반통일 단체의 이름이 ‘섹트’가 되어야하는지.

  

제작진이 그린 그림은 예쁘지만, 모든 부분에서 ‘왜?’라는 질문을 수반합니다.

  

아마 원작이 되는 일본 영화를 각색하는 단계에서 나온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굳이 관객 입장에서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이해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유명 배우로 가득 찬 캐스팅은 대단하지만, 정작 인물에 대한 묘사는 지리 멸렬하고, 연기 역시 엉망입니다. 




대표적으로, 한효주와 강동원의 첫 만남은 재편집, 혹은 재촬영이 필요한 수준의 재앙입니다.

  

20년 가까이 활동해 온 배우들의 연기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에 가까운 호흡이나 대사처리는 둘째 치더라도, 일본어를 직역한 느낌의 문어체 대사는 어색하고, 로맨스의 흐름은 어색해서, 서로의 처지에 공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져야 할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결국 각본과 연출의 문제입니다. 

  

어설픈 대사와 상황 설정은 각본 단계에서 조율이 가능했을 거고, 연기 문제는 현장 연기지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영화는 이렇게 나와 버렸습니다. 

  

또 다른 큰 문제로는 편집 문제를 들고 싶습니다. 

  

가령 초반부, 시위 장소와 저수지에서 특기대가 나타나는 부분을 봅시다. 겁에 질린 섹트 대원들을 위협하는 특기대원들의 그림자와 육중한 발소리로 특기대의 위압감을 효과적으로 묘사합니다. 시각적 요소를 제한하고, 청각적인 요소를 극대화함으로서, 섹트 대원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소리와 그림자를 통해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강화 복을 입은 특기대원이 뜬금없이 섹트 대원과 방을 불태웁니다. 바로 그 다음 장면에 겁에 질린 섹트 대원들 앞에 특기대원의 강화 복 특유의 붉은 안광이 화면을 메우고요. 

  

제대로 된 영화였으면, 붉은 안광이 화면을 메우는 장면을 먼저 넣어, 특기대원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과 위압감을 극대화했어야합니다. 그렇지만, 두 장면의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위압감과 긴장감은 맥이 끊어져 버립니다. 이렇게 편집할 거였으면, 차라리 붉은 안광이 화면을 메우는 장면은 빼버렸어도 됩니다. 아니면, 화염 방사기를 쏘는 부분에서 가급적 특기대원의 노출을 최대한 피했어야죠. 

  

김지운 감독 영화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이해가 가지 않았던 편집 미스입니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영화 전체의 편집이 그렇게 매끄러운 편도 아니었고요. 

  

또, 영화 결말부에서 멕거핀으로 전락해버린 빨간 모자 이야기 메타포 역시 말이 많더군요.

  

‘늑대에게 잡아먹힌 빨간 모자(한효주) 이야기에서, 원망해야 할 건 문을 열어준 할머니인가, 아니면 늑대인가(혼란스러운 사회)’라는 영화 내내 노골적으로 반복되던 이야기는, 엔딩 부분에서 그 의미가 상실됩니다. 

  

임준경(=늑대)이 이윤희(빨간 모자)를 무감각하게 죽여야만(잡아먹어서), 영화가 그 누구에게 원망하지도 못한 채 늑대에 먹혀버린 빨간 모자 이야기에 완벽하게 대입이 되는데, 정작 김지운 감독은 이걸 장진태(주인)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늑대의 이야기로 변주해버립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크게 해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영화의 논점을 벗어난 엔딩도 아니에요. 단지 제가 말한 건 반어적인 거고, 김지운 감독이 택한 건 직접적인 방식일 뿐이죠.

  

그렇지만, 감독이 택한 엔딩이 과연 개연성과 영화의 복선들을 무시하고 강행할 만한 수준이었는지는 그냥 영화를 본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맞을 듯합니다. 

  

다만, 저는 제가 몰입해서 봤던 이야기가 의미 없이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장점도 명확하지만, 단점이 그 이상으로 명확했던 영화입니다. 뛰어난 비주얼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 안에서 저는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18.07.25. Love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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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연말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스타워즈 시리즈 최대의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입니다. 

  

이 영화로 인해 팬덤은 완전히 양분이 되었으며,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묻히는 와중에도 꾸준히 입에 오르며, 그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 영화가 정말로 싫었고, 여전히 좋아하지 못할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는 기존 콘크리트 팬들이 생각하는 ‘스타워즈’의 이미지를 아래서부터 파괴해서, 새 판을 까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팬들을 떨구는 모험 끝에, 목적을 달성해냈습니다. 

  

시리즈의 충실한 팬임이 확실한 감독인 라이언 존슨은, 지금껏 나온 스타워즈 시리즈들을 총망라해 오마쥬하는 동시에 비틀어댑니다. 

  

아마 기존의 공식을 파괴하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최대한 관람객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영화는 기존 시리즈의 공식을 빗겨나가는 동시에 이전 작들의 명장면들을 재구성하면서 골수팬들이 이 영화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반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합니다. 

  

이런 식으로, 스카이워커 가문으로 대표되는,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던 영웅 서사는 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소 과격하다 싶은 방식으로 끝을 고하며, 이는 서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주변인들을 조명하는 새로운 이야기로 대체됩니다. 

  

물론, 라이언 존슨이 제시한 방식과 주제는 팬들에게 있어서 과격하고, 받아들여지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 스타워즈와 함께 해왔던 골수팬들은 이 영화를 통해 당혹감과 착잡함을 느끼게 될 것이며, 상대적 라이트 팬들은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모든 게 사라진 벌판 위에는 이제 ‘에피소드 9’만이 남았는데, 이 영화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라스트 제다이’가 과연 시리즈를 망친 괴작이 될지, 아니면 훌륭한 세대 교체가 될지 결정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그 벌판 위에서 한 번 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18.08.24. Love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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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의 저작권은 브에나 비스타 코리아가 가지고 있습니다.


‘로그 원’ 이후 2번째 ‘스타워즈 앤솔로지’ 시리즈로, 해리슨 포드가 연기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그의 과거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것과 다르게, 주인공인 한 솔로 역의 엘든 이렌리치(올든 이렌라이크)를 비롯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알고 있는 캐릭터의 재해석도 꽤나 괜찮습니다. 


뻔 한 건 사실이지만, 밀레니엄 팔콘, 케셀 런 5파섹, 츄바카와의 만남 등, 그 동안 한 솔로라는 캐릭터의 배경을 이루고 있던 이야기들을 나름 그럴 듯하게 풀어낸 것도 꽤 괜찮습니다. 


의외로 초반의 코렐리안 행성 내 탈출 추격전과 열차 탈취 씬 부터 시작해서 케셀 런에서 펼쳐지는 광속 비행까지 볼거리도 나름 충실합니다.  


그렇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 보여준 영상미에 비하면 다소 밋밋하게 처리된 영상과, 재촬영 등으로 인해 촉박한 제작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답답한 세트장 활용이 영화 내내 신경 쓰입니다. 


‘앤솔로지 시리즈’의 한계 상, 기존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많이 보이고, 필요 없는 설명은 최대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다르게 말하면 팬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이해하긴 힘들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관객들이 위에 언급한 ‘한 솔로라는 캐릭터의 배경을 이루고 있던 이야기들’이 스타워즈에 관심이 없는, 그 이전에 영화가 다루고 있는 한 솔로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냥 화끈한 블록버스터를 보러 온 일반 관객들에게는 팬들에게 그러한 것과 다르게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일반 관객들에게 한 솔로는 그저 얼마 전에 나왔던 스타워즈 영화에서 아들에게 총 맞아 죽은 지나가는 캐릭터에 불과하거든요. 


주인공과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질 못하니, 아무리 감독과 배우가 애를 써도 함성 없는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결론을 말하면,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괜찮은 볼거리, 괜찮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는 부족해보입니다.  


 18.06.12 Love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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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점에 먼저 올라간 글입니다. 원본은 

https://blog.naver.com/jinhoya96/22130278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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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리턴즈




감독: 브라이언 싱어

제작: 존 피터스

각본: 댄 해리스, 마이클 도허티

출연: 브랜든 루스,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보스워스, 제임스 마스던 外


1. 정체성


브랜든 라우스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만큼, 리브의 슈퍼맨과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슈퍼맨 리턴즈’를 설명할 때 빠져서는 안 될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크리스토퍼 리브’일 것이다. 물론, 현재 나오고 있는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의 모든 슈퍼맨 영상 및 코믹스에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영화가 어디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본작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들의 후속작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전작들과 캐릭터 묘사와 연출의 차이, 그리고 스토리 적으로 존재하는 부정교합 등을 봤을 때는, 본작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이라기보다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들을 모티브로 삼은 브라이언 싱어의 팬픽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고로, 이 영화는 아주 애매한 영화다.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도, 그렇다고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 시리즈로 보기도 힘든 영화니까. 


2. 현실성


렉스 루터의 캐릭터는 본작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의 분위기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슈퍼맨 리턴즈’를 볼 때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현실성이다. 사실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슈퍼맨’ 시리즈가 구분이 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분명히 현실적이었지만, 이상적이면서도 신화적인 모습이 강조된 슈퍼맨을 보여준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와 다르게, 본작은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슈퍼맨을 그려낸다.

 물론 현대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트렌드인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에 맞춘 좋은 변화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작중 5년 동안 지구를 떠나있던 클락 켄트를 통해 실제 연도로 20년 넘게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돌아온 ‘슈퍼맨’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묘사도 나름 애틋하고 설득력있다. 

 그렇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뇌하는 슈퍼맨’ 보다는 ‘5년간 사라진 사이 변한 세상과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한 클락 켄트’에 지나치게 비중이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과연 3억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의 관객들과 기존 ‘슈퍼맨’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이나 이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슈퍼맨뿐만 아니라 그 외의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바뀐 시대상과 스타일에 맞게 변화되었는데, 아무리봐도 미스캐스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케이트 보스워스’의 로이스 레인 배역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럭저럭 훌륭하게 재해석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 중, 코믹스에서의 모습과 기존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에서의 모습이 알맞은 비율로 혼합되어 재해석된 렉스 루터의 캐릭터는 케빈 스페이시의 뛰어난 연기와 만나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로 영화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 성공했다. 

3. 아버지는 아들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싱어의 야심은 슈퍼맨 1편의 말론 브란도의 음성인 ‘아버지는 아들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를 재사용하는 데서부터 드러난다. 


 싱어의 목표는 단순한 팬픽이 아니라, 리브의 슈퍼맨 영화를 온전히 계승해서 살려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 적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그리고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서 다시 아들에게 아버지의 의지가 계승이 된다는 메인 테마가 잘 드러나며, 특히 위의 대사가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각각 ‘조 엘’과 그의 아들인 ‘칼 엘’의 입을 빌려 나오는 연출은 오롯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이전 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이는 원작의 팬들에게 있어서 반가운 선물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오마주적 요소들이 ‘계승’이라는 본작의 주제에 별다른 뒷받침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4. 결론


 분명히 기술적으로도, 드라마적으로도 뭐하나 못한 것 없이 잘 만든, 이른바 수재같은 영화다. 특히, 수미 상관적 구조로 만들어진 영화의 엔딩에 도달해서는 싱어의 야심과 더불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관객들과 팬들이 싱어에게 바란 건 단순한 팬픽이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본 글은 이미 저자가 히어로 갤러리(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phero&no=615867&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EC%95%84%EB%94%94)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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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로게이트(Surrogates)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
출연진: 브루스 윌리스, 라다 미첼, 로자먼드 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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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든 가지고 있는 욕망이 하나씩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 만한 것을 고른다면, 바로 TV 속이나 혹은 자기 주변의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 '써로게이트'의 메인 스토리가 그렇다.

영화의 소재는 나온지 7년이 넘어가는 지금에 와서도 꽤나 신선한 편이다. 현실의 못생기고 찌질한 자신을 대신해서 뇌파로 조종하는 로봇으로 일상생활을 살아간다니. 머리로는 생각해도 실제로 꺼내기는 힘든 아이디어를, 그것도 꽤나 그럴듯하게 이 영화는 영상화 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설정을 뒷받침하는 영화 내의 분장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영화 촬영 당시만 해도 20대 중반 정도 밖에 안되었을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를 브루스 윌리스와 같은 연배로 만들어놓는다던가, 아니면 브루스 윌리스를 금발의 훤칠한 청년 남성으로 만들어놓는 수준의 뛰어난 분장 실력을 보고 있자면 왜 이 영화가 아카데미 분장상 후보로 올라가지 않은건가 하고 의아할 정도이다.

거기다가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이는 배우들의 평균 연기 수준이 높은 것도 있지만, 동시에 설정에 맞춰 연기 지도를 잘 한 제작진의 공로도 높이 살만하다. 영화 상 써로게이트와 인간일 때를 연기 하나로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지만, 세부적인 것 하나하나 까지 다 신경 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산재한 편이다.

일단 모든 문제의 원인은 각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플롯에 숭숭 뚫린 구멍이 보이고,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에는 소재인 써로게이트가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필자는 차라리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 현대 SNS나 사이버 공간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 펑크 영화로 만들었으면 이 보다는 훨씬 더 내용이나 주제의 전달을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결말부를 꼽고 싶다. 주제를 생각해도 결말부는 지나치게 무책임하고 황당한 수준이다. 결말부에 이르러서 '기술 발달로 인한 인간적 교감의 상실'에 깊은 고찰은 사라져버리고, 스탈린의 '의사가 많은 도시에서 환자가 많다니 의사를 조지면 된다'수준의 단순하고 무식한 해결법으로 영화 내내 던져지던 질문들을 해결해버리니, 영화가 90분이라는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쌓아오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린다.

분명히 훌륭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법한 영화였지만, 영화가 풀어내던 고찰에 비해서 감독과 각본가가 내놓은 답안은 너무도 유아적이고 안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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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포스터의 저작권은 파라마운트 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 Cloverfield lane


감독: 댄 트랙턴버그

제작: JJ 에이브람스, 브라이언 버크, 맷 리브스

각본: 데미언 체이젤

출연진: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존 굿맨, 존 갤러거 주니어


1. 포스터의 '놈들은 항상 예상 밖의 모습으로 나타난다'(Monsters come in many forms.) 라는 문구는 이 영화를 정말 탁월하게 설명해주는 문구 중 하나라고 본다. 


2. 사실 전작(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클로버필드는 특유의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카메라 울렁증'을 일으키는 핸드헬드 촬영 방식을 제하고 보면 꽤나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 자체도 흥미롭고 잘 만든 영화였지만, 무엇보다 클로버필드에서 가장 매력적인건 ARG 마케팅 덕에 현실성을 얻은 영화 내외적인 떡밥과 뒷설정들이다. 덕분에 영화 자체는 개봉 전의 반응에 비해서 크게 흥행을 한 건 아니었음에도, 영화 한 편에만 써먹기엔 아까운 수준의 설정들과 떡밥들 덕분에, 많은 영화 팬들은 후속작을 원했었고, 영화의 제작자들이였던 JJ와 맷 리브스 역시 후속작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3. 그렇지만, 팬들이 이 영화의 소식을 듣는데에는 무려 8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 '13시간'의 상영 전에 예고편이 공개될 때[각주:1] 까지, 영화는 '발렌시아'라는 이름으로 극비리에 촬영되고, 완성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ARG 마케팅을 통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신인급 배우들[각주:2]만 캐스팅되었던 전작과는 다르게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나 존 굿맨 같은 탄탄한 출연진과 '위플래시'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데미언 체이젤이 쓴 각본까지, 상당히 큰 기대를 불러모았던 본작은 북미에서 2016년 3월 11일 개봉해서 제작비 1500만 달러로 전세계적으로 총 1억 달러(물론 전작에 비하면 떨어지는 흥행성적이다.)를 벌어들이면서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4.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포스터의 문구인 '놈들은 항상 예상 밖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캐치프라이즈다. 난데없이 등장한 괴물로 인해서 파괴된 뉴욕시에서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인한 아비규환, 그리고 이걸 제대로 표현하는 핸드헬드 촬영방식, 혼란에 빠진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계속해서 보여지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을 통해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던 전작과 다르게, 본작은 평범한 극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와의 갈등 문제를 가지고 있던 주인공 미셸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존 굿맨이 연기한 하워드)를 만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워드의 쉘터에 갖힌다는 이 영화의 기본적 시나리오는 전작의 그것과 통하는 면이 있다. 즉, 뉴욕시 전체에서 작은 쉘터 하나로 스케일은 작아졌을지 몰라도, '알수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형상화하고, 그를 통해서 서스펜스를 이끌어낸다는 점과 굳이 '클로버필드'라는 전작의 키워드를 다시 제목에 넣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작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영화는 극초반부와 최후반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워드의 쉘터에서만 진행된다. 영화는 존 굿맨이 연기한 하워드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비밀과 기괴한 성격, 그리고 바깥 세상이 '놈들'의 공격으로 인해서 오염되었다는 (하워드의 말에 입각한) 설정을 가지고 서스펜스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스케일이 작은 만큼, 영화는 사운드와 배우들의 연기에 상당히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6. 사운드에 대해 얘기하자면, 헬기 소리나 덜컹 거리는 소리 등, 이 영화에서 사운드는 영화가 적당히 루즈해질 시점에서 다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특히, 몇 몇 사운드의 경우는 영화의 완급 조절 뿐만 아니라 영화 내에서 중요한 소재로서 기능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영화 중간 중간 계속 들리는 헬기 소리가 그러한데, 이 헬기 소리는 영화가 끝날 때 즈음해서 큰 반전 요소로서 작용한다. 


7.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하워드'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힘이 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영화 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서 등장하는 하워드는, 존 굿맨이 연기하는데 특유의 절제된 연기로 하워드라는 캐릭터 특유의 간헐적으로 터져나가는 광기를 훌륭하게 표현해냄으로서 영화의 서스펜스를 효과적으로 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영화 후반부의 이름 맞추기 게임 부분이 정점이다.)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영화 내내 조금씩 풀어냄으로서 이를 보고 관객들로 하여금 추리할 수 있게끔 유도해냄으로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8. 본작이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총 100분의 러닝타임 중에 초중반과 마지막 10분 부분이 사실상 장르가 달라진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쉘터 파트를 통해서 계속해서 복선을 깔아온다음 마지막 10분에서 큰 반전을 준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잘만든 밀실 스릴러로 끝날뻔한 (실제로 원 각본은 평범한 밀실 스릴러였다고 한다) 영화에 큰 개성을 부여해준,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본다. 또한, 이 시점에서 '놈들은 항상 예상 밖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본작의 캐치프라이즈를 다시한번 떠올려보자면, 이 캐치프라이즈는 밀실에서 왜곡된 성욕과 물리적 폭력으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남자도,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 그녀를 덮쳐오는 외계인도, 결국은 모두 괴물들(=놈들)이라는 의미가 된다. 


9. 사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클로버필드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스핀 오프인 만큼 클로버필드를 보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또한 ARG 마케팅을 통해서 본작의 핵심 인물인 하워드의 성격을 영화의 몰입도에 지장을 줄 만큼 알려준 만큼, 이 영화의 뒷설정과 떡밥에 대해서 '모를 수록'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10. 개인적인 평점은 7.5. 

  1. 공교롭게도 전작인 '클로버필드'의 예고편도 마이클 베이의 영화 '트랜스포머'의 상영 때 공개된 바가 있다. [본문으로]
  2. 이후에 '클로버필드'에 출연했던 T.J 밀러나 리지 캐플란은 스타덤에 올랐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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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엠티의 시즌입니다. 저는 이번주도 엠티 다음주도 엠티입니다. 공부는 언제 할까요? 이번 생에는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도 (이 글이 올라가는 시점에는 오늘이겠지만) 쪽지시험이 있는데 이러고 있네요.




(사진은 한 인터뷰에서 발굴된 Sad Affleck;; 아마 분위기를 봐선 올해의 최고의 밈 중 하나가 될듯ㅋㅋㅋ)


2. 워너의 행보는 어이가 없습니다. 사실 2013년 맨오브스틸이 개봉할때 어렴풋이 예상을 했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히어로'라는 요소가 결여된 기형적인 캐릭터였어요. 자기와 자기 엄마, 그리고 지구를 부수러온 조드에 맞서 싸운답시고 메트로폴리스를 초토화시켜버립니다. 


이전의 슈퍼맨, 그리고 코믹스에서의 슈퍼맨과 달리 이 놈은 건물이 날라가고 사람이 죽어도 좆도 신경 안 씁니다. 그 결과는 결국 배트맨 v 슈퍼맨에서 배트맨이 보여준 편집증적인 증오와 렉스 루터의 메타 휴먼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로 이어져버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솔직히 말하면 맨오브 스틸은 나쁜 영화는 아니였지만, 슈퍼맨 영화라기 보다는 '조금 더 겉멋들어서 있어보이는 말만 신나게 질러댄' 인디펜던스 데이와 트랜스포머 류의 영화였죠. 그래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후속작이 있었고, 아직 슈퍼맨은 초짜였으니까요. 


근데 문제는 배트맨 대 슈퍼맨입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고 렉스 루터가 뒤에서 이간질을 하고, 그 와중에 원더우먼이 스토리의 중심에 서있고, 다른 히어로들이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하는 계기가 만들어져야하는 영화였죠. 분명히 스토리가 난잡하지만, 수습하자면 수습이 가능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보다 스토리가 난잡한데도 잘 수습한 영화는 댈려면 얼마든지 댈 수 있죠. 


하지만, 워너의 실수는 여기서 발생을 합니다. 일단 감독이 잭 스나이더입니다. 잭 스나이더, 영상이랑 액션은 만렙을 찍었지만, 기본적인 대화씬, 편집, 연출 강약 조절에는 전혀 재능이 없는 감독이죠.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중요한 건 액션이나 화려한 영상보다도 왜 그들이 싸우고 어떻게 화해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연출과 구성입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이런 난잡한 스토리를 정리해낼 역량이 안되는 사람이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대화씬은 지루하며, 편집은 어설프며, 각 스토리 줄기들은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고 제각기 갈 길을 가버리는데다가, 대사는 있어보이기만 할 뿐, 이 영화가 지향한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 같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슈퍼 히어로 걸작들의 그것에는 그 깊이나 무게감에서 크게 모자랍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왜 벌써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야했냐는거죠. 마블이 어벤져스를 위해 만든 영화는 5편입니다. 이 5편의 영화를 통해 캐릭터를 설명하고, 어벤져스를 위한 이야기를 모두 진행시킵니다. 그러다보니 어벤져스에서는 이들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히어로들이 한데 모인 어벤져스의 이야기만을 진행시킬 수 있었어요. 이미 각 등장인물이 완성되어있고, 어벤져스에서 진행될 이야기를 위한 모든 건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보다가 등장인물이 왜 저러는지 궁금하면? 집에가서 그 캐릭터의 영화를 보면 되요. 그럼 모든게 해결이 되니까요.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배트맨 솔로 영화와 원더우먼 솔로 영화 하나는 만들었어야 했어요. 특히 배트맨 영화는 꼭 필요했습니다. 적어도 배트맨 영화 하나만 있었어도, 배트맨 대 슈퍼맨은 굳이 배트맨의 탄생 계기 같은 장면을 넣지 않아도 됬을거고, 그렇게해서 나오는 시간 만큼 개연성을 보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워너는 급했고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원더우먼, 배트맨, 슈퍼맨 모두 자기 할 짓을 하지만, 3명이 하는 행동은 설득력이 크지 않습니다. 분명 영화 보고와서 머리 싸매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름 개연성은 다 있는데, 이미 그 단계까지 가면 이 영화에 문제가 있는거잖아요. 예술영화도 아닌데.


심지어 슈퍼맨 쪽 캐릭터들은 맨오브스틸에서 한 번 씩 다 나왔는데도, 대체 전작과의 간극인 18개월동안 뭔 일이 있었던건지, 전작에선 언급조차 없던 렉스 루터가 갑자기 슈퍼맨을 증오하고, 마찬가지로 언급도 없던 고담은 배트 시그널이 메트로폴리스에서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는데다가, 농장을 운영하던 마사 켄트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눈으로는 즐기는데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영화가 지나치게 잘만들어서 관객 머리가 못 따라가는게 아니라, 영화가 멍청할 정도로 두서없이 전개하고 설명도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예요.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성공에 도취된 워너 브라더스가 설정한 잘못된 목표점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바람에 너무 많은 걸 건너뛴 계획이 만들어낸 둠스데이같은 존재라고 봅니다. 이건 DCEU가 어느정도 정착이 된 다음에 만들었어야 했어요. 거기다가 슈퍼맨을 죽여버린 둠스데이가 벌써나왔죠. 그럼 이제 다음 저스티스 리그에는 다크 사이드가 확정이 되었으니 그 다음에는 뭐가 나와야하죠? 네,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가 않아요. 마지막에나 써야할 패를 벌써 부터 꺼내썼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이 세계관은 오래못갑니다. 마지막 패가 동이나 버린 세계관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아마 저스티스 리그 파트 2가 끝나면 생명력을 잃을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댓가는 잘못된 선택을 한 워너브라더스가 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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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리뷰의 저작권은 전적으로 lovechair, 저가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크리스 테리오, 잭 스나이더, 데이비드 고이어

제작: 데보라 스나이더

출연: 벤 에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시 아이젠버그, 에이미 아담스, 다이앤 레인,         홀리 헌터, 에즈라 밀러


2013년에 개봉한 맨 오브 스틸은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영화였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만족스러웠던 영화는 아니였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잭 스나이더가 이 새로운 슈퍼맨 영화를 통해 하나의 새롭고 미래가 밝아보이는 DCEU의 문을 열어젖혔다는 것이였다.


그러던 와중, 갑작스럽게 맨 오브 스틸2가 아닌, 배트맨 v 슈퍼맨이 제작이 확정되었고, 그 이후로 나오는 소식들은 필자에게는 기쁜 소식이였다기 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되는 소식들이였다. 이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파이더맨3, 아이언맨2 같이 '급하게 먹다 체한' 느낌의 히어로 영화가 많이 나온 상황에서 이렇게 크게 벌리기만 하는 느낌의 배트맨 v 슈퍼맨은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 이 영화의 첫반응은 그야말로 참혹하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간만에 30%대의 벽을 뚫어버리고 여러 리뷰어들에 의해서 혹평을 얻어맞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는 봤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것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볼 때 느낀 것과 꽤 비슷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이 영화의 좋았던 점을 말하면,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하는 원더우먼의 캐릭터와 크리스찬 베일의 후광이 남은 상태에서 배트맨 연기를 해야하는 벤 에플렉의 배트맨 캐릭터가 아주 인상깊었다는 점이 첫번째다. 물론 원더우먼은 비중에 비해 출연 분량이나 대사량이 많지 않아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가 힘든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영화 사상 가장 강인한 여성 히어로의 데뷔임을 감안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또한, 벤 에플렉의 배트맨도 잘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물론 완성도 낮은 각본과 연출에 의해 마이너스가 되긴 하지만, 벤 에플렉의 깊이 있는 브루스 웨인 연기 덕분에 배트맨의 캐릭터는 '그 장면' 전 까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극을 효과적으로 이끈다. 또한, 이번 영화로 다시 설명되야했을 배트맨의 탄생기 역시 짧지만, 효과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연출되었다고 본다.


또한, 어느정도 절제가 필요하고 여전히 강약조절이 안 좋지만, 잭 스나이더의 액션 연출은 여전히 다른 히어로 영화들에 비해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그런거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힘만 주고 질주하는 아쉬움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액션 연출은 드래곤볼을 실사로 옮긴듯한 속도감과 타격감을 보여준다. 특히 힌 장면 꼽자면, 배트맨이 마사를 구하는 장면.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주는 특유의 영상미는 보너스다. 


그렇지만 장점이 이게 전부다. 이 영화가 이후 보여주는 것은 잭 스나이더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증거 밖에 없다. 


또한, 전개 역시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구멍이 아주 많고, 작위적인 부분도 많은데다가, 대사들도 지나치게 설명조다. 데이빗 고이어가 쓰고 '아카데미 위너' 크리스 테리오가 수정한 각본은 당장 어디서 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당장 몇 개만 들어보면, 둠스데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의 문제, 지능적인 부분이 강조되다 못해 보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전지전능해져버린 렉스 루터, 그리고 로이스 레인을 중심으로 한 심하게 작위적인 전개들까지, 댈려면 더 댈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점은 웹상에서 '마사 드립'이라며 크게 까이는 장면으로, 이 장면은 구린 각본과 연출이 뒤섞인 이 영화의 최악의 장면이다. 분명 개연성이 있다면 있다고 할 장면임에도, 배트맨이 목숨을 걸어가면서 까지 슈퍼맨을 죽이려고 한 당위성과 그 필요성을 밋밋한 대사와 저질 연출로 완전히 파괴해버린다.


전혀 나아지지 않은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초반부 브루스 웨인의 어린시절 부분 연출이나 왓치맨의 오프닝 크레딧에서 알 수 있지만 잭 스나이더는 감정이나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데에 큰 재능이 있다. 슈퍼맨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로 촬영한것이나, 거꾸로 걸린 그림을 보여주는 장면이 또다른 예시가 되겠다. 그러나, 대화씬이나, 장면과 장면을 잇는 편집같은 즉 영화학적으로 기초적인 연출에서는 크게 모자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액션씬에서도 강약조절 없이 질주하는 탓에, 분명 화려하고 뛰어난 장면임에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칠 뿐만 아니라, 최후반부 액션씬에서는 감독 조차 힘이 빠진건지, 잭 스나이더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허접한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캐릭터 활용 수준도 엉망이다. 지미 올슨이나 머시 그레이브, 핀치 상원의원 같은 매력적이거나 후속작을 위해 필요한 캐릭터의 허무한 퇴장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메인빌런이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렉스 루터 캐릭터는 배우가 자주 연기해온 정서적으로 불안한 너드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데다가, 더 큰 문제는 다크나이트의 조커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영화 내내 설명되지 않는 전지전능함까지 합쳐져 공감이 전혀되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결론을 내리자면, 일반적인 마이클 베이나 ZAZ 사단의 영화들을 볼때 처럼 보면 재밌을 영화다. 즉, 기대없이 생각없이 가면 꽤나 만족할 것이지만, 영화가 끝나고나서 영화에 대한걸 되내이고 되내일수록 안좋은 뒷끝만 남는건 할 수 없는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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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디씨인사이드 히어로 갤러리에도 제가 올렸던 건데,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이 순위는 철저히 개인적이며, 다른 분들과 의견충돌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S: 슈퍼맨(1978), 다크나이트배트맨(1989)

- (시대에 남을 명작)


A: 스파이더맨2,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배트맨 리턴즈마스크 오브 판타즘인크레더블

- (명작)


B+: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2아이언맨어벤져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왓치맨 감독판크로니클블레이드2, 마스크 오브 조로, 스파이더맨, 슈퍼맨2

- (수작)


B: 아이언맨3, 돌프 룬드그렌 퍼니셔데드풀인크레더블 헐크앤트맨데어데블 감독판앤트맨핸콕콘스탄틴로켓티어언브레이커블블레이드,저지 드레드(2000년대 영화), 헬보이1,2, 킥애스, 브이 포 벤데타, 슈퍼맨 리턴즈, 빅히어로, 메가마인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엑스맨, 더 울버린 감독판, 슈퍼맨2 도너컷

- (괜찮은 영화)


C: 아이언맨2, 토르2, 헐크어벤져스2, 맨 오브 스틸배트맨 포에버닌자터틀왓치맨 극장판퍼스트 어벤져울프맨, 레전드 오브 조로, 스파이더맨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더 울버린

- (괜찮지만 모자른 영화)


C-: 토르퍼니셔워존고스트라이더스폰데어데블 극장판젠틀맨 리그판타스틱 영화 2, R.I.P.D, 저지 드레드(실베스터 스탤론 나온 그거), 킥애스2, 엑스맨 탄생 울버린, 엑스맨3

- (킬링타임 용으로나 쓸만한 영화)


---------------사실상 이 아래부터는 고만고만함-----------------


D: 퍼니셔1, 슈퍼맨3, 슈퍼걸일렉트라스틸하워드 덕

- (못만든 영화)


F: 고스트라이더2: 스피릿 오브 벤전스배트맨과 로빈슈퍼맨4, 캣우먼반지닦이4스틱블레이드3, 90년대 캡틴 아메리카, 조나 헥스, 솔로몬 케인

- (시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를 배트맨 리턴즈, 스파이더맨2 등과 같은 순위에 놓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히어로 영화로서의 본분에 매우 충실함.

2. 히어로 영화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연출이 많이 보임
ex)영화 초반의 센티넬들의 학살, 퀵실버 주방 씬, 프랑스에서의 카메라 비율 전환

3.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이야기를 아주 잘 전달함. 네러티브로는 히어로 영화가 아닌 일반 영화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4. 히어로 영화 및 블록버스터라는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온 '차별'을 주제로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직설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주제를 표현한 영화 중 하나임.

ex)중간 중간 나오는 미래장면들. 바닥에 깔린 뮤턴트들과 인간들의 해골, 나치를 연상시키는 뮤턴트 연행 장면, 무엇도 아닌 단지 뮤턴트만을 죽이기 위해 대량으로 만들어진 센티넬들과 그로 인해 나오는 학살장면.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씬에서 상당히 적나라하게 나오는 해부장면 등...

이런 이유로 저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를 이 정도 순위로 놓았습니다. S 까지는 놓지 않은건, 영화 자체에 있는 약간의 스토리적 구멍과 일부 보여지는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의 비효율적 활용 때문입니다.

-헬보이, 그리고 조 존스턴 영화들 (로켓티어, 퍼스트 어벤저, 울프맨)은 제 취향 때문에 어느정도 일반적인 평가들보다 더 올라간 감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조 존스턴 감독 특유의 고전미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조 존스턴 감독의 영화 들에 대해서는 못해도 플러스 마이너스 0.5~1 정도의 점수는 더 줍니다. 

-맨 오브 스틸의 평가에 대해 반발하실 분들이 많을 수 있는데, 저런 평가를 내린 이유는 
1. 잭 스나이더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액션 연출은 화려하지만 강약조절이 아주 안 좋으며, 교차편집 역시 놀란이나 테런스 맬릭 정도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2. 위의 강약조절의 문제로 지루한 부분은 굉장히 지루합니다. 특히, 초반에 본격적으로 액션으로 돌입하기 전까지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연출 덕분에 아주 지루합니다. 

3. 스토리 역시 배트맨 비긴스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슈퍼맨에는 뭔가 다른게 필요했는데, 배트맨 비긴스의 분위기와 전체적인 스토리적 구성이 거의 동일한 수준인 점에서 그다지... 물론 슈퍼히어로 탄생기라는 것 자체가 거의 대부분 유사할 수 밖에 없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는 뭔가 다른 걸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4.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것도 한 몫합니다.

다만 좋은 점이 없던 영화는 아니였습니다. 액션씬은 아주 훌륭하며, 캐릭터 메이킹도 좋았습니다. 캐릭터 하나 하나 허투로 쓰지 않더군요. 또한, 영상미도 아주 좋았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는 원작에 비해 깊이나 묘사면에서 크게 모자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런 평가를 내립니다. 

-어벤져스2의 경우는 실제 완성도는 저 정도는 아닙니다만, 몇 몇 치명적인 단점들이 심하게 부각되는 수준이라 (ex.구린 악당, 분위기에 안 맞는 농담, 캐릭터간 비중의 어정쩡한 분배, 영화 분위기에 안 맞는 로맨스 전개) 저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기대감이 심하게 높아서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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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쉬 트랭크 (Josh Trank)

제작- 사이먼 킨버그 (Simon Kinberg)

출연- 마이클 B 조던 (Michael B Jordon)

       마일스 텔러 (Miles Teller)

       케이트 마라 (Kate Mara)

       제이미 벨 (Jamie Bell)



출처: ifunny.co


1. ...


2. 네, 불쌍한 영화죠. 모두가 병신인 영화이기도 하고. 제작사도, 배우도, 감독도...... 에휴... 그래도 합니다. 처음 극장에서 보고는 끝나고 나와서 하 시발... 하고 존나 웃었는데, (엔딩은 역대 슈퍼히어로 영화중 가장 병신같았죠.) 이번에 어쩌다 다시 보는데, 그래도 병신은 병신이더군요. 답이 없던데요, 뭘.


3. 이 영화를 조쉬 트랭크가 혼자서 병신 만들어놨다고 까는 분들이 있는데, 엄연히 따지면 조쉬 트랭크도 피해자입니다. 원래 조쉬 트랭크가 쓴 각본은 다소 중구난방스러울 정도로 너무 많은 요소가 있지만, 원작에 나오는 판타스틱 카, 갤럭투스, HERBIE 더 로봇도 모두 존재했고, 설정도 얼티밋 마블 유니버스의 판타스틱 포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었죠.[각주:1] 그러니까 멀쩡히 제작만 했으면, 적어도 판타스틱 포 스러운 영화는 나왔을 거라는 거죠.


4. 그런데, 여기에 사이먼 킨버그가 등장합니다. 킨버그와 폭스는 제작비를 문제로 삼아 큰 액션씬 3개를 모조리 잘라내 버리고[각주:2] 각본의 거의 대부분을 수정해버립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한 트랭크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제작사와 팬들에게 계속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촬영장에 안나오고 마약파티를 버리고 호텔방을 때려부수는 등의 망나니 짓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재촬영 장면의 경우는 트랭크를 사실상 짤라버리고 킨버그와 폭스 주도로 촬영을 했다고 하는군요.[각주:3] 당연하지만 재촬영은 영화가 구려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촬영이 되어있던 갤럭투스를 암시하던 장면은 모조리 잘려나갔으며, 빅토르 도마셰프로 개명되었던 닥터 둠도 원래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애초에 둠이 등장도 별로 안한다지만...


5. 물론 그렇다고 트랭크의 행위가 잘한건 아니죠. 실제로 폭스의 개지랄로 영화 하나 말아잡수신 에일리언3 당시의 데이빗 핀처도 이렇게는 안했고, 흥행 가능성 여부 불투명으로 제작비가 크게 잘려나간 데드풀 제작진도 이렇게는 안 했습니다. 트랭크가 병신짓 한 거죠.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폭스라고 봅니다. 개봉전의 간부 시사회에서 이걸 보고 그렇게 쌍욕을 했다던데, 아니 그러면 블록버스터 주제에 3개의 큰 액션씬을 잘라버리면 뭐 볼게 있다고...


무엇보다 사이먼 킨버그는 각본을 못 씁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도 그렇고, 엑스맨3도 그렇고 킨버그는 각본을 쓸때 완곡을 조절해내지 못합니다. 실제로 그가 각본을 써서 호평을 받은 스타워즈 반란군 시리즈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경우는, 전자는 뒤에 디즈니라는 거대한 회사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과 설정을 잡아주고, 즉 각본가를 제어하고 있었으니 가능했고, 후자의 경우는 매튜 본이 거의 짜놓은 각본과 브라이언 싱어라는 걸출한 감독이 훌륭한 연출과 각본 수정을 담당한 덕에 이런 평을 받은 겁니다. 


6. 그러면 킨버그가 최종적으로 수정한 각본이 어떻냐고요? 일단 누가봐도 트랭크가 쓴 초반 40분은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좀 많이 길고, 대사도 장황한 티가 나지만, 이건 제가 보기엔 후반부를 재촬영한 장면으로 가득 채우다보니 제대로 편집을 못해서 일어난 일로 봅니다. 실제로 초반 40분에 보면 굳이 필요없어서 편집해도되는 장면이 많이 보이거든요. 물론 아직 경력 미숙으로 어설픈 대사 같은 것도 보이고, 캐릭터들의 성격도 밋밋하고 재미없긴 하지만, 전자는 경력이 쌓이면 해결되었을 일이고, 후자는 조쉬 트랭크가 의도한 바를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제가 보기엔 트랭크는 정말 생각도 안 한 일반인들이 뜻하지 않게 능력을 얻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같거든요.


그러나, 드디어 능력을 얻는 순간, 모든 것이 망하기 시작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이 영화 길이가 100분인데, 능력 얻고 초반부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 빼면 40분도 채 안남아요. 그럼 슈퍼 히어로 영화는 뭘 할 수가 있죠? 그러다보니 전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기껏 변비 걸린 아저씨 마냥 표정은 험악한데, 정작 영화 내 등장인물들에게는 어떠한 고뇌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니는 능력을 즐기고 있고, 돌덩이가 된 씽은 정부를 도와 테러리스트랑 다른나라 애들 뚜까패죽여버리는데 아무런 고뇌도 안합니다. 병신이예요 아주. 하는 소리는 그러면 쟤들이 도와준데ㅇㅇ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들이 활약하고 도와주는 과정이 나오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연출도 허접해서 전혀 힘들어 보이지도 않고, 아 그냥 그랬구나 정도로 넘어갑니다. 


거기다가 전개도 존나게 빠르고 생략된게 많아서, 대체 리드가 탈출한 이후 그 몇년 동안 뭔 개 지랄 같은 일이 있었길래 쟤들이 정부를 돕고 있는지도 안 나옵니다. 영화 내내 보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게 ~년후 예요. 뭔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필요할 때마다 ~년 후를 띄워버리고 넘깁니다. 에바Q에서의 신지의 마음이 대충 이해가 갑니다. 나는 시발 갑자기 몇 년 후로 타임 워프 했는데, 쟤들은 뭔 이해도 안 가는 이야기만 잔뜩 지껄이네?


그리고 정점을 찍는건, 난데없이 플래닛 제로에서 살아있는 닥터 둠입니다. 얘가 살아있는것에 대한 어떠한 복선도 없이 그냥 난데없이 가니까 살아있더라...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거기다가 갑자기 멀쩡했던 인간이 거기 몇 년 갇히더니 아무런 사연도 안나오고 갑자기 '너네가 내 세상 망쳤으니 나도 너네 다 죽일거임!! 벌레 새끼들!!' 같은 별 시발 이해도 안되는 논리로 사람을 학살하고, 다시 플래닛 제로로 돌아갑니다. 시발 이해가 안가네요. 그럼 시발 처음부터 탐사팀 따라 지구로 갈 필요없이 거기서 걔들 다 죽이고 워프 열어서 지구 망하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거기다가 갑자기 둠이 나타나니 깨져있던 리드와 벤의 우정도 돌아옵니다. 아무런 맥락없이 말이죠. 


그리고 전투씬도 거지같았죠. 사람을 보기만 해도 몇 초안에 터뜨려죽이고, 워프를 열어서 지구도 말아먹는 놈을 그냥 우정 하나로 밀고 가서 3분만에 워프로 밀어넣어서 쳐 죽여버립니다! 이런 썅? 그 능력을 어떻게 상쇄하고 싸웠는지 없이 그냥 돌 몇개 부수고 등떠미니까 죽어버립니다. 


또한 여기서 킨버그의 단점이 나오는데, 죽일 캐릭터 안 죽일 캐릭터 활용을 진짜 거지같이 합니다. 속편을 위한 빌런으로라도 써먹어야할 둠도 그냥 죽여버렸고, 원래 설정으로 몰맨이 되야할 팀 블레이크 넬슨의 캐릭터도 지 멋대로 이름 바꾼 다음 죽여버립니다. 네, 후속작을 염두에 둬야할 슈퍼히어로물 주제에 이 지랄로 캐릭터 활용을 하면 그거 속편 안 만든다는 거죠. 뭐 하긴, 킨버그는 엑스맨3에서 이전까지 매력적으로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을 거지같이 만들어서 죄 죽여버리는 바람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패스트의 감독인 싱어만 개고생 시킨 전적이 있죠.


간단히 말하면 맥락도 안 맞고, 인물묘사도 개판인 이상한 각본입니다. 


7. 특수효과랑 전체적 디자인도 개판입니다. 영화 초반 부터 나오는 건물 CG가 정점인데, 인물과의 원근감 생각하면 비례도 개판, 그 자체 퀄리티도 개판입니다. 거기다가, 플래닛 제로의 배경도 그냥 황량하게만 처리했는데, 미적으로도 개판이고, 인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최악이죠. 황량하기만 한게 딱 돈 안들게 만든 티 납니다. 심지어 아무도 신경 안 쓸 건물 그래픽 부터 그 지랄인데, 다른 건 뭐 좋을까요? 안좋아요. 후반에 나오는 리드가 얼굴 바꾸는 장면도 분장과 CG가 심하게 티나고, 닥터 둠의 몸에 덕지 덕지 발라놓은 에너지 묘사 CG는 그린 스크린 뜯어놓은 것 같이 싸보입니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은 어떻게 봐도 원작과는 너무 다릅니다. 캐스팅은 그렇다 쳐도, 그 캐릭터가 연상이 되는건 씽 밖에 없어요. 둠의 디자인은 원작과 다른 걸 넘어서 혐오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구리며, 판타스틱4의 슈트 디자인은 그래도 한 조직인걸 나타는 내고 있지만, 저게 어딜 봐서 판타스틱 4냐 할 정도로 구립니다. 그리고 디자인도 건성으로 한게, 분명히 다른 3명과 떨어져 살던 리드의 슈트가 갈아입지도 않았는데 디자인이 다른 3명과 어우러지더군요. 이건 그냥 슈트 2개 만들기 싫어서 처음부터 이 지랄로 한 겁니다...


8. 편집은 각본쪽에서 말했듯 이미 개판이니 추가 설명 안 합니다. 


9. 결론은 그냥 거지같은 영화인데, 봐두는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지같은 히어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는거죠... 


+씽이 아깝습니다. 씽 디자인이 이 영화 유일의 장점..

  1. 실제로 컨셉 아트에도 원작과 유사한 생김세의 허비 더 로봇, 그리고 플래닛 제로의 갤럭투스 궁전을 그려놓은 게 있습니다. 다 짤렸지만. [본문으로]
  2. 아마, 예고편에만 나오고 잘린 씽의 다이브 장면이 이 흔적으로 보입니다. [본문으로]
  3. 트랭크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본인은 영화 중후반부 부터는 자기가 찍은게 아니라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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