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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번에 제가 터미네이터3가 나쁜 영화는 아니였다고 했죠. 이번에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4)에 대해 말해보려합니다. 


2. 터미네이터4는 뭐,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아예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만, 잘 만든 영화는 더더욱 아니죠. 개인적으로는 졸작이라고는 봅니다만....


3. 물론 터미네이터 팬들은 터미네이터3 이상으로 보는 경향이 큽니다. 사실 터미네이터3는 잘 만든 액션영화는 맞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본다면 역적과도 같은 영화거든요. 이전 시리즈 까지의 설정을 한 큐에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터미네이터 기종 간의 설정도 크게 꼬이게 했거든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나쁘지 않은 연기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닉 스탈의 존 코너는 에드워드 펄롱에 익숙해져 있던 팬들에게는 크게 실망스러웠죠.(거기다가 터미네이터3의 존 코너는 마약과 방랑벽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있는 캐릭터였는데, 이럴거면 그냥 에드워드 펄롱 시키지 왜... 라는 팬들의 반응도 많았습니다.) 또한, 케이트 브루스터 역의 클레어 데인즈는 솔직히 말해서 사라 코너 캐릭터의 마이너 카피 같아 보였죠.  


 그리고, 터미네이터2의 엔딩을 통으로 부정하고 시리즈를 이어가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린다 헤밀턴은 출연을 거부하고, 사라 코너는 황당하게도 암으로 죽어버렸다는 설정으로 나왔죠. 이런 상황이니 팬들이 터미네이터3를 거부하는건 당연합니다. 


4. 터미네이터4가 팬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얻어낸건 터미네이터3에서 보여준 시리즈 파괴스러운 모습에서 기인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터미네이터4는 각본이 어설프고 보여지는 것 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을지언정, 한 가지는 확실하게 해 냅니다. 터미네이터3에서 말아먹은 설정을 상당히 섬세하게 다시 정리해낸거죠. T-600, 헌터 킬러 등의 기체들도 그렇지만, 하베스터나 하이드로봇, 모터 터미네이터들같은 기체들도 터미네이터 세계관에 있을 법한 디자인을 정확히 캐치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거의 마지막 부분의 젊은 시절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모습을 CG로 그대로 만들어낸 T-800은 보너스입니다.


 또한 캐스팅 역시 탁월했습니다. 존 코너 역의 크리스찬 베일은 저항군의 지도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는 존 코너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며, 안톤 옐친의 카일 리스는 마이클 빈의 어린 시절이 저런 느낌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였으며, 주인공인 마커스 라이트 역을 맡은 샘 워딩턴의 연기는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해냅니다. 그 밖의 조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요. 


5. 다만 문제점도 많습니다. 일단 주인공 캐릭터인 마커스 라이트는 너무 뻔한 캐릭터입니다. 영화 시작한지 몇 분이면 대충 관객들은 마커스의 정체를 다 알아채게 되요. 그리고, 영화의 각본도 엉성합니다. 스카이넷이 왜 카일 리스를 찾아 해매이는지에 대한 이유도 부족하고(분명히 스카이넷은 카일 리스가 존 코너 아버지인지 몰랐을텐데...?) 존 코너와 마커스, 카일 리스를 빼면 대부분의 캐릭터는 비중 조절에도 실패해서 큰 인상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껏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를 잡아놨더니 PG-13이라는 등급의 벽에 막혀서 그런건지, 감독인 맥지의 역량이 조나단 모스토우나 제임스 카메론보다 역량이 딸려서 그러는 건지, 액션의 박력과 스피드감도 전작들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그나마 마지막의 T-800과의 사투는 인상에 남지만, 문제는 이 장면은 터미네이터1과 2를 크게 오마쥬한 장면인지라 독창성은 떨어지고요. (하지만, 확실히 잘 만든 장면입니다.) 이야기 구조 자체에 문제는 크게 없지만, 연출력과 각본의 문제로 인해 장면의 중요도가 높은데도 제대로 연출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마커스 라이트의 진짜 정체에 대한 후반부 부분. 시간도 촉박한지라 설명으로 대충 때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얘기는 이미 전작들 덕분에 짐작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당연하지만 존 코너와 카일 리스는 죽지 않습니다. 왜냐면 존 코너는 전쟁을 끝내고 T-850에게 죽어야하기 때문이고, 카일 리스는 과거로 가서 T-800을 막아야하니까요. 물론 이 작품으로 터미네이터를 처음 접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이건 정말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저것들이 얼마나 심하게 구르든 간에 쟤들은 절대 안 죽을텐데요? 거기다가 처음부터 3부작으로 공언하는 바람에 더더욱 그런 점이 부각됩니다. 물론 뻔한 전개를 가진 영화라도, 좋은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면 충분히 스릴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아예 모든 관객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완전히 다른 전개로 가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맥지는 그런 야망들도 연출력도 없더군요... 


6. 물론 이 영화가 3부작의 첫 번째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후속작들이 개봉하면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이 될 수 있었을겁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애매한 평가도 받지 않았을 거고요. 하지만, 문제는 터미네이터4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제작비 2억달러나 들여서 전 세계적으로는 4억달러도 못 벌었어요. 덕분에 감독인 맥지도 잘려나가고 시리즈는 박살이 났으며, 워너 브라더스가 판권을 포기한 덕분에 2012년에 스카이댄스사에서 공식적으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까지 다양한 형태로 온갖 제작사들을 떠돌았습니다. 그렇게 2015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7. 사실 이 영화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이 영화가 망한 대표적인 이유는 터미네이터3 때문일겁니다. 터미네이터3는 나쁜 영화는 아니였지만, 사실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는 아니였죠. 이것 만으로도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떨어지는데, 후속작이 나오는데만 6년이 걸렸습니다. 전작을 본 관객들이 전작을 잊기는 딱 좋은 시기죠. 결국은 망할만했습니다...같이 개봉한 영화도 박물관이 살아있다2에, 박스오피스에는 여전히 천사와 악마,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버티고 있는 등, 산 넘어 산이였던 상황이였는데, 평가까지 안 좋게 나오니 이건뭐... 사실 터미네이터3로 나왔으면, 아마 3부작으로 제대로 나왔을 겁니다... 그리고 망한 각본은 이유가 있는데, 당시의 할리우드 작가 총파업으로 각본 수정을 못했다더군요. (맥지나 크리스찬 베일이나 각본에 문제가 있는 걸 알고는 있었고, 고치려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하던 퀀텀 오브 솔러스도 덕분에 엉망인 각본을 고치지 못했고요.) 여러모로 시기를 참 잘못 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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