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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2017)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진: 제임스 멕어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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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 최고의 이야기꾼이였다가 '레이디 인 더 워터', '라스트 에어벤더', 그리고 '애프터 어스'로 완전히 고꾸라진 후에 '데블'과 '더 비지트'로 겨우 겨우 체면치레를 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인시디어스 시리즈'등의 다양한 호러 영화들을 제작해온 제이슨 블룸의 '블룸하우스'와 손을 잡고 낸 17년 신작입니다. 국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는 남자에 대한 얘기입니다. 23개의 인격. 2개만 다뤄도 연기하는 배우는 충분히 고생인데, 이 영화에서는 무려 23개나[각주:1] 됩니다. 

본작의 메인격 인격들 중 패트리샤, 헤드윅, 데니스 (차례로.) 행동과 어투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러다보니, 배우의 연기가 중요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23개의 인격을 지닌 주인공이자 악역인 '케빈 웬델 크럼'역을 맡은 배우는 제임스 멕어보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멕어보이는 23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다중 인격 배역을 맡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많은 인격들을, 매우 뛰어나게 연기해냈습니다. 차분한 여성, 강박적인 사이코패스, 외향적인 청년, 괴물, 어린 아이까지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셈인데, 각각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도 어느 캐릭터 하나 특징을 놓치지 않고 특징을 잡아 뛰어나게 연기를 해 냅니다. 

무엇보다 악역이 피해자에게 큰 적의가 없다는 전반부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배우의 다중 인격 연기로 커버해버릴 정도로, 멕어보이의 연기력은 굉장합니다. 

이러한 제임스 멕어보이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영화 후반부의 수많은 인격들이 수시로 바뀌는 부분인데, 장면 자체가 수많은 인격들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을 이용해서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중 인격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임스 멕어보이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만 합니다. 여러 명의 다른 인물들을 1분 안팎의 짧은 순간 안에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써가면서 연기해내는데, 그 중 저는 성별이 바뀌는 부분에서 살짝 걸친 옷으로 가슴을 가릴 때는 새삼 제임스 멕어보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샤말란의 연출력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입니다. 그 덕에 출연 배우들의 숫자도 적고, 배경이 되는 공간은 거의 동물원 지하실로 한정되며, 공간이 전환되어도 대부분이 정신과 의사의 방, 기차역 같은 격리된 공간이나 혹은 인적이 드문 공간으로 한정이 됩니다. 저예산인 만큼 인물 위주의 구성을 택한 셈입니다. 공간과 등장인물이 한정된 탓에, 인물들의 행동도 비슷한 행동과 전개가 반복됩니다. 반복되는 구성 안에서 영화 자체적으로 묘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묘한 리듬이 영화 결말부에 들어서, 감독의 의도대로 완전히 박살납니다. '심리 스릴러'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반복되는 구성과 설정 아래에서 만들어낸 굴레가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완전히 부서지는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느낄 겁니다. 당혹감 아니면 상식의 파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거기다가 쿠키 영상으로 가면 이 차이가 더욱 극심해질 겁니다. 

쿠키 영상을 통해서 첫 번째 반전의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개연성을 완벽히 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감독의 전작이었던 '언브레이커블'과의 연결을 시도하는데,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 덕분에 영화 안에서 보여지던 전혀 개연성 없어보이던 전개와 설정 구멍이 메꿔질 뿐만 아니라, 다소 어설픈 감이 있던 설정이 개연성을 가지게 됩니다. 

인격이 변할 때 마다 신체 능력이 변한다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 '언브레이커블'과 이어지면서, '언브레이커블'에서 프라이스가 말했던 '악당으로 태어난 사람' 중 하나이면서 데이빗 던처럼 선천적인 초인으로 태어난 게 됨으로 개연성과 의미를 갖추게 되는거죠. 거기다가 본작에서 여주인공인 케이시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상처의 극복을 통한 정신적 성장'이라는 주제는, '언브레이커블'에서 데이빗 던이 힘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함과 동시에 영웅으로 각성하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비록, 비율 문제로 완벽하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의 원본 포스터의 금은 이어진다. 즉, 처음부터 감독이 암시를 하고 있던 것.

단순히 세계관 확장과 개연성 확보의 문제를 넘어, 쿠키 영상을 통해 본작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이 작품과 '언브레이커블', 그리고 이후 나올 후속작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데도 성공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평식 평론가의 '영악한 재고처리'라는 평이 정말 잘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당혹감을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나온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것도 크게 성공한 영화도 아닌 본전치기만 겨우 한 작품과의 연결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기 때문에, 반응은 둘 중 하나일겁니다. 당황하거나, 아니면 흥미를 느끼거나. 분명히 저처럼 흥미를 느낄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저 대머리가 나오는 쿠키영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을겁니다. '언브레이커블'을 본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이미 샤말란 감독에 의해서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이자 '23 아이덴티티'의 후속작인 '글래스'가 촬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어쨌거나 샤말란이 생각하고 있는 이 슈퍼히어로 3부작의 마지막 주사위는 굴러가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이미 히어로와 빌런에 대한 설명이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끝난 만큼, '글래스'는  영웅과 빌런의 대결만이 남아있는 셈인데, 이 작품으로 완벽하게 감이 돌아온 샤말란인 만큼, 후속작 역시 큰 기대가 됩니다. 

마블과 DC로 꽉 차 있는 히어로 영화 판에 블룸하우스-샤말란 풍의 전에 없던' 히어로 영화가 어느 정도의 반향을 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를 결과겠지만, 저는 성공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 물론 작중 제대로 등장하는 인격은 이상 성욕을 가진 데니스, 여성인격 패트리샤, 어린 아이 인격인 헤드윅, 그리고 본인격인 케빈과 '스포일러' 정도입니다. 그 외는 그냥 있구나 하고 짚고 넘어가는 정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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