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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진: 존 C 라일리, 크리스토프 왈츠, 케이트 윈슬렛, 조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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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다. 80분도 안되는 짧은 영화 내내 뉴욕시의 한 가정집 거실 밖으로 나가는 일도 거의 없으며, '대학살의 신' (Carnage) 라는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는 액션 장면도 잔인한 장면도 하나 없이 그저 애들 부모들의 교양없는 말싸움 하나만 가지고 80분을 끌어간다. 


실제로 원작이 연극인 만큼, 영화 자체는 영화 같다기 보다는 다분히 연극적인 방식으로만 끌어가는데, 이는 배우들의 연기 방식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영화들보다 묘하게 떠있는 연기 스타일도 스타일이고, 이따금씩 배우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낼때 카메라는 배우들이 관객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아 보이게 배우들을 잡기도 한다. 또한, 영화 맨 앞과 뒤의 공원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 자체는 연극처럼 거의 리얼타임으로 진행이 되어가는데, 이는 작중 인물들의 감정 변화나 갈등 상황을 실시간으로 고조시킨다. 


뭐 어쨌든 이런 건 기술적인 이야기고, 영화 자체를 본다면, 사람의 '교양'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식적인 건지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의 싸움으로부터 시작된 어른들의 작은 의견 차이가,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등장인물들의 상황, 성격 등과 맞물려서 지나가듯 나온 햄스터 얘기 까지 물고 늘어지는 애들만도 못하고 구차하기 까지 한 싸움으로 변해간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두 부분이 있는데, 계속되는 앨런의 전화에 지친 낸시가 롱스트리트 부부의 거실 집기들에 대고 미친 듯이 토를 하는 부분,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은 술에 취해서 낸시가 앨런의 전화기를 꽃병 속 물에 던져버리는 부분이다. 첫 번째 부분과 두 번째 부분 모두 등장인물들의 가식과 교양을 벗겨내 버리는 장면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꽤나 의미심장한데, 회사일이라는 자신에게 중요한 요소를 통해 작중 등장인물들의 말싸움에서 최대한 피해가던 앨런을 강제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으로 집어 넣어버리는 부분이다. 더구나 통화 내용 역시 자사의 약물로 피해 본 사람들의 소송을 최대한 타인의 탓으로 떠넘기라는 내용인데, 이는 영화 내 앨런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자신의 블랙베리가 물에 빠짐과 동시에 어떻게든 피하려고 해도 결국 그 상황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자포자기해 버리는 앨런의 모습이 인상적.


결국 영화 내에서 등장인물들이 학살(Carnage)한 건 자기들 자신의 교양과 가식으로 꽁꽁 감추어놓고 있던 자신들의 모습들(Persona)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렇듯 부모들이 '막대기로 무장한 채 애를 두들겨 팬 꼬마'로 부터 시작해서 자신들의 페르소나를 아주 쉽게 학살하고 있는 와중에, 오늘도 마이클이 내버린 햄스터는 평화롭게 지내고 있으며, 두들겨 팬 애와 두들겨 맞은 아이는 즐겁게 잘 어울려 놀고 있다.


어른들이 가식과 교양을 창과 방패로 삼아서 서로를 학살하고 있는 와중에도, 세상은 이렇게나 평화롭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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