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

지구가 정지한 날

(이미지 출처: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18339)

 

-------감독: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

-------출연진: 마이클 레니 (Michael Rennie) --- 클라투

패트리샤 닐 (Patricia Neal) --- 헬렌 벤슨

 

50년대 클래식 SF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가진 영화입니다. 번쩍거리는 옷 입은 외계인, 거대 로봇(그리 거대하진 않지만), 비행접시. 심지어 긴박한 장면에서 대놓고 긴박하다는 걸 알리는 듯 한 찢어지는 듯 한 음악, 고전적인 페이드아웃, 그리고 훈계조로 끝나는 엔딩 까지. 그야말로 클리셰로만 만들어진 듯한 영화입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은 그 당시에는 클리셰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데려다놓고 만든 2008년산 리메이크 영화가 나올 정도로 그 특유의 매력이 강력한 영화입니다. (물론 리메이크 판이 이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렸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나온 수많은 요소들이 이후 70년 동안이나, 리메이크 작을 포함해서 북미권 영화, 게임 등에 한해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 전형적이기 짝이 없는 클리셰 덩어리 영화를 SF 클래식으로 만든 요소를 봅시다. 일단, 이 영화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는 디자인 (솔직히 고트의 디자인은 아무리 봐도 저 안에 사람이 없다고 보기가 힘듭니다.) 에 안 좋은 특수효과 (물론 당시 기술상의 한계입니다. 실제로 군중씬 같은 걸 본다면 그렇게 돈을 안 들인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연출로 덮습니다. 실제로 관중을 무지하게 동원한 군중씬만 보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이 꽤나 현실적입니다. (특히 중간에 클라투와 아이를 인터뷰하는 기자만 봐도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말 중간에 끊는거 기분 나쁘죠) 물론 자본의 한계 상, 그리고 당시 할리우드의 한계 상 그렇다고 대단히 현실적인 건 아닙니다. 중간 중간에 외계인인 클라투를 지구인과 다른무언가로 묘사하기 위한 작위적인 연출은 분명히 있으며 (클라투가 가지고 있는 연고에 대한 의사들의 대화나 외계의 다이아몬드를 화폐랍시고 들고 다닌다던가) 후반에 클라투가 다시 자신의 우주선으로 돌아가서 전기를 끊어버리기 위한 작업을 하는 부분에서 지키는 군인이 너무 허술할 정도로 쉽게 당한다던가 하는 그런 문제 말이죠. 그런데 이런 부분은 또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지금까지도 킹콩에서 어떻게 선원들이 해골섬에서 킹콩을 그 작은 배로 뉴욕까지 옮겼는지 아무도 질문하거나 토 달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이런 것도 모자라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벼운 부분 하나 없이 꽤나 무게감이 있게, 그리고 몰입감있게 전개됩니다. (주제를 생각하면 당연합니다만.) ‘스타트렉첫 번째 극장판과 안드로메다의 위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등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인 거장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또한 캐스팅과 캐릭터 메이킹도 좋아요. 클라투 역의 마이클 레니의 경우는 특유의 신비로운 외모 말고도 다른 배우들보다도 월등히 큰 신장에 마른 체형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사람은 뭔가 달라보인다, 즉 인간과 같이 생겼음에도 외형 하나만으로도 저 사람은 외계인이라는 걸 납득하게 하는 외형이라는 겁니다. 또한 리메이크 판의 무감정하고 냉혹하기만한 발연기만 보여준 키아누와 다르게 꽤나 감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데, 인간 기준에서 평범한 것에 특유의 오묘한 표정을 가지고 감탄하는 그의 연기는 누가 봐도 외계인입니다. 그리고, 패트리샤 닐이 연기한 헬렌 벤슨의 캐릭터도 좋습니다. 아니, 사실 누가 봐도 페미니즘에 입각한 능동적인 여주인공을 만들려고 비서 캐릭터에서 과학자로까지 설정을 바꿨는데도 불구하고 하는 일 없이 영화 내내 병풍 역할을 잘 수행해준 리메이크 판의 제니퍼 코넬리가 맡은 그 캐릭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이며 매력적인, 그리고 자연스럽게 능동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역할을 잘 수행해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캐릭터 역시 억지로 만든 흑인 캐릭터에 징징거리기만 하던 리메이크 판의 제이든 스미스가 맡은 그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설득력 있게 클라투에게 인간의 선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친절하게 결말에서 설명해주는 주제가 50년대 당시와는 다르게 현대인에게는 잘 맞지 않습니다. 이미 냉전은 끝났으니까요. 그리고, 고트로 대표되는 강력한 힘을 통한 통제를 통해 이뤄낸 평화라는 것 역시 지금 보면 상당히 위험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체제 그런 것 신경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라는 주제는 냉전 시대를 생각하면 꽤나 진보적이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당장 매카시즘으로 약간이라도 공산주의적인 발언만 해도 잡혀 들어가던 시대에 말이죠. 게다가 영화 전반적으로 깔린 종교적인 부분도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SF 라는 장르에서는 꽤나 많이 보이는 특징이니까 넘어갑시다. ‘북 오브 일라이같이 그런 코드가 대놓고 보이는 수준까지는 아니니 말이죠.

 

어쨌든, 이 영화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SF 수작 고전 영화로서 충분한 영화입니다. 나름대로의 무겁고 좋은 주제, 중간 중간 허술하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을 잘 덮은 좋은 연출, 그리고 잘 만든 캐릭터성과 이를 잘 연기해주는 좋은 배우들이 있으니 말이죠

개인적인 점수는 4/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