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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대니 보일

각본: 아론 소킨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윈슬렛, 세스 로건, 제프 다니엘스, 마이크 스털버그


"넌 코드도 짤 줄 모르지. 엔지니어도 아니고, 디자이너는 더더욱 아니야. 망치로 못도 못 박지. 나는 메인보드를 설계했어. 그래픽 카드는 제록스 파크에서 베껴왔지. 너가 쫓아낸 제프 러스킨은 매킨토시 팀의 리더였지. 맥은 다른 사람들이 만든거야. 근데 왜 나는 하루에 10번 씩  '스티브 잡스는 천재다'라는 기사를 읽어야하는 거냐고. 넌 대체 하는게 뭐야?"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


2013년에 나왔던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인 '잡스'는 스티브 잡스를 그저 성격이 좀 나쁜 이상적인 롤 모델로만 그린 영화였다. 에쉬튼 커쳐의 연기는 충분히 인상적이였을지 몰라도, 그건 잡스가 아닌 그저 하나의 성공한 CEO였을 뿐이다.


아마 필자처럼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었을 사람들에게 대니 보일과 아론 소킨이라는 두 대가가 뭉쳐서 만든 '스티브 잡스'는 꽤나 인상적인 결과물로서 다가온다. 지금 까지 많은 영화에서 그려낸 '위인' 스티브 잡스가 아닌, 매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하나의 복잡한 인간으로서의 스티브 잡스를 그려내는데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영화는 처음 잡스와 워즈가 창고에서 컴퓨터를 만들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1984년, 1988년, 그리고 1998년에 있었던 3개의 PPT 발표 직전만을 보여준다. 굳이 영화를 이렇게 구성한건, 잡스라는 인물을 설명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인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직전에 사람이 예민해지고, 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인물간의 갈등구조를 만들기가 쉬우며, 그에 따라 각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기가 쉽고, 또한, 제작비를 아끼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일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잡스의 인생을 보여주는것 보다는, 각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설명하는데에 집중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인물의 일생이 아닌, 그 인물 자체를 설명한다는 점에서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와 닮아있다.) 존 스컬리, 크리산 브레넌, 스티브 워즈니악 등의 실존인물들과의 대화와 갈등을 통해서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성격이 규정지어지고, 성공신화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리사 브레넌의 아버지로서, 하나의 경영인으로서, 그리고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한 개발자들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지휘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간' 스티브 잡스가 드러난다. 


영화 자체의 구성은 간혹 교차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부분을 제외하면, '참으로 애플스러운'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달리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를 가장 크게 실감하게 하는 연출이 영화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다룰수가 없는 각 PPT 사이의 잡스의 행적을 잡스의 PPT를 방불케 하는 심플한 연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현란하며, 또한 간단하다. 굳이 말하면 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타이포그래피 연출이 생각난다고 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좋게 본 연출이였다. 다소 오버했다는 느낌도 들지만 4년, 혹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일어난 일 중에서 중요한 것만 추려내 머리에 잘 들어오게 연출이 되었다. 또한, 편집 역시 훌륭해서, 1998년 존 스컬리와의 대화씬이 1983년 잡스가 스컬리를 처음 영입하기 위해 찾아갔을 시기와 교차편집되는 부분은 그야말로 대니 보일이 지금껏 만든 장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영화의 거의 전체가 대화만으로 흘러가기에, 그에 따른 각본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주 중요한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두 개 다 성공적이였다고 본다. 아론 소킨의 각본은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긴장감있고, 자연스럽게 전개해나가며, 마이클 패스벤더, 세스 로건, 케이트 윈슬렛 등의 뛰어난 배우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호연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잡스 역의 패스벤더와 워즈니악 역의 로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특히 세스 로건은 기존의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리하자면, 뻔한 성공스토리만을 안이하게 보여주는 최근의 전기 영화들 사이에서 '스티브 잡스'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다. 다만, 영화의 대사량이 아주 많은데, 그 많은 대사량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영화가 가진 가치나 의미가 다소 퇴색되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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