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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의 저작권은 월트 디즈니 코리아가 가지고 있습니다. 

지만 강한 히어로, 앤트맨이 새로운 파트너 와스프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유머는 더 강화되었고, ‘축소&확대’라는 유니크한 액션 스타일도 더 발전되었습니다. 


다만, 빌런은 좀 아쉬웠는데, ‘앤트맨과 와스프’의 고스트(한나 존-카먼)는 동기부터 시작해서 활약까지 별로 인상 깊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블은 이런 단점을 영리하게 극복해냈습니다. 


메인 빌런과의 갈등 구조가 약해진 대신, 다른 조연들의 비중을 높이고, 갈등 구도를 다양화했으며, 잠시라도 쉬는 타이밍이 생기지 않게 깨알 같은 유머나 액션을 더 넣는 등, 관객들이 잠시라도 영화에서 이탈하는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덕분에, 주·조연들의 캐릭터성은 더 깊어졌으며, 이에 따라 캐릭터 코미디 상황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데 일조합니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의 유머들이 영화의 흐름을 해칠 정도로 너무 과한 게 아니냐고도 하지만,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유쾌하고, 분위기 전환도 자연스러워서, 과하다고 느끼진 못 했습니다. 


어쨌건, 전작과 비교해도 가족 영화적 색채도 더 강해졌고, 최근 마블 영화중에서도 눈에 띄게 밝은 분위기 때문에, 온 가족이 같이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아이러니하네요, 마블 영화중 가장 형량이 높은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가 최근의 마블 영화중에서 가장 밝고 대중적이라는 게 말이죠,


-18.7.5. Love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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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


고(故) 김주혁 배우의 유작 중 하나인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 (이하 ‘흥부’)입니다. 


‘26년’과 ‘번개맨’등의 영화를 만든 조근현 감독이 정우, 김주혁, 정진영 등을 기용해서 찍은 조선시대를 배경의 흔해빠진 혁명 극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걸러도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배경에 억지로 끼워 넣은 현대식 혁명 이야기는 진부하기도 진부하지만, 배경으로 삼은 시대 배경에 썩 잘 맞는 모양새는 아닙니다. 배우들의 면면은 뛰어나지만 실패한 연기 지도가 문제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방향을 그렇게 잡은 건지, 하나같이 사극에서 현대극 연기를 하는 어색함이 물씬 배어나옵니다.


분명히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 이야기의 탄생을 세도 정치의 폐단이 가장 극심했으며, 전형적인 전제 왕권 시대로 알려져 있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 혁명 이야기로 재편하는 시도는 충분히 신선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보기엔 이미 해외에서 ‘백설공주(Mirror, mirror)', '말레피센트(Maleficent)', 그리고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OZ: The Great and Powerful)'등의 영화에서 질리도록 시도된 현실극의 형태로 재해석된 동화 원작 영화들에 비해서 나은 점이 전혀 없다고 봐요. 오히려 더 구리면 구렸지, 좋지는 않네요. 


뭣보다 영화 상영 중에 터진 조근현 감독의 미투 사건은 이 영화에 내포된 메시지마저 파괴합니다. 감독과 배우간의 상하관계와 권력구조를 통해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만든 ‘민중에 의한 권력 구조의 파괴’를 논하는 영화라...


그리고 마지막의 쿠키 영상은 대체 뭐랍니까? 설마 진짜로 후속작 만들려고 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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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신과 함께-죄와 벌(2017)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김향기, 주지훈, 김동욱 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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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한 가지를 미리 말하고 시작하면, 저는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원작 웹툰의 이미지가 저에게는 일절 없어서 아마 원작 웹툰을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제 생각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꽤 될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원작이랑 비교해서 어떤지는 모르지만, 영화 한 편으로 봤을 때는 꽤나 괜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신파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다른 한국식 신파조 컨텐츠들에 비하자면 상대적으로 더 정제된 느낌이고 과하진 않다는 느낌입니다, 스토리 상으로도 신파적 요소들이 필수적인 영화니까요. 덱스터 스튜디오의 노하우가 집약 된 특수효과는 200억원이라는, 많다고 하면 많지만, 분명히 어지간한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떨어지는 제작비를 감안하면 놀라울 만큼 좋습니다. 여러 유명 배우들에 의해서 훌륭하게 연기된 여러 캐릭터들은 짧게 등장해도 자신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퇴장을 합니다. 중간중간 반복적인 전개에 루즈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전개도 해 나갑니다.

다만, 김용화 감독 특유의 단점이 발목을 잡는 느낌입니다. 이미 '오!브라더스', '미스터 고', '미녀는 괴로워', 그리고 '국가대표'같은 영화들에서 봐왔으면 알겠지만, 이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떨어지는 대신에 그 사이 사이를 유머와 신파, 그리고 특수효과로 채워서 얕은 이야기를 감추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를 깊게 다루는 능력은 없지만, 관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관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확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화라는 감독의 존재는 이 영화에 있어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화려한 특수효과, 그리고 적절한 신파적 구성과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구축해낸 세계관은 이 영화에 있어서 득이 되었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업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죽은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까지 유머를 들이미는 가벼운 연출과 해설 자막이 없으면 명칭과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없는 화려하기만 하고 텅 빈 특수효과, 그리고 분위기를 계속해서 해치는 유머는 영화에 있어서 큰 실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2편이 나온 다음에 더 정확한 평이 가능할 영화지만, 아직은 장점이 단점보다는 커보입니다. 1편 자체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어쨌거나 2편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준다는 점에서는 저는 좋은 평을 주고 싶습니다. 뭣보다, 2편에는 마동석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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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2017)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진: 제임스 멕어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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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드 최고의 이야기꾼이였다가 '레이디 인 더 워터', '라스트 에어벤더', 그리고 '애프터 어스'로 완전히 고꾸라진 후에 '데블'과 '더 비지트'로 겨우 겨우 체면치레를 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인시디어스 시리즈'등의 다양한 호러 영화들을 제작해온 제이슨 블룸의 '블룸하우스'와 손을 잡고 낸 17년 신작입니다. 국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는 남자에 대한 얘기입니다. 23개의 인격. 2개만 다뤄도 연기하는 배우는 충분히 고생인데, 이 영화에서는 무려 23개나[각주:1] 됩니다. 

본작의 메인격 인격들 중 패트리샤, 헤드윅, 데니스 (차례로.) 행동과 어투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러다보니, 배우의 연기가 중요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23개의 인격을 지닌 주인공이자 악역인 '케빈 웬델 크럼'역을 맡은 배우는 제임스 멕어보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멕어보이는 23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다중 인격 배역을 맡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많은 인격들을, 매우 뛰어나게 연기해냈습니다. 차분한 여성, 강박적인 사이코패스, 외향적인 청년, 괴물, 어린 아이까지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셈인데, 각각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도 어느 캐릭터 하나 특징을 놓치지 않고 특징을 잡아 뛰어나게 연기를 해 냅니다. 

무엇보다 악역이 피해자에게 큰 적의가 없다는 전반부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배우의 다중 인격 연기로 커버해버릴 정도로, 멕어보이의 연기력은 굉장합니다. 

이러한 제임스 멕어보이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영화 후반부의 수많은 인격들이 수시로 바뀌는 부분인데, 장면 자체가 수많은 인격들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을 이용해서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중 인격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임스 멕어보이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만 합니다. 여러 명의 다른 인물들을 1분 안팎의 짧은 순간 안에 하나 하나 세심하게 신경써가면서 연기해내는데, 그 중 저는 성별이 바뀌는 부분에서 살짝 걸친 옷으로 가슴을 가릴 때는 새삼 제임스 멕어보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샤말란의 연출력도 눈여겨 볼 점입니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입니다. 그 덕에 출연 배우들의 숫자도 적고, 배경이 되는 공간은 거의 동물원 지하실로 한정되며, 공간이 전환되어도 대부분이 정신과 의사의 방, 기차역 같은 격리된 공간이나 혹은 인적이 드문 공간으로 한정이 됩니다. 저예산인 만큼 인물 위주의 구성을 택한 셈입니다. 공간과 등장인물이 한정된 탓에, 인물들의 행동도 비슷한 행동과 전개가 반복됩니다. 반복되는 구성 안에서 영화 자체적으로 묘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묘한 리듬이 영화 결말부에 들어서, 감독의 의도대로 완전히 박살납니다. '심리 스릴러'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반복되는 구성과 설정 아래에서 만들어낸 굴레가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완전히 부서지는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느낄 겁니다. 당혹감 아니면 상식의 파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거기다가 쿠키 영상으로 가면 이 차이가 더욱 극심해질 겁니다. 

쿠키 영상을 통해서 첫 번째 반전의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개연성을 완벽히 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감독의 전작이었던 '언브레이커블'과의 연결을 시도하는데, 쿠키 영상의 등장인물 덕분에 영화 안에서 보여지던 전혀 개연성 없어보이던 전개와 설정 구멍이 메꿔질 뿐만 아니라, 다소 어설픈 감이 있던 설정이 개연성을 가지게 됩니다. 

인격이 변할 때 마다 신체 능력이 변한다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 '언브레이커블'과 이어지면서, '언브레이커블'에서 프라이스가 말했던 '악당으로 태어난 사람' 중 하나이면서 데이빗 던처럼 선천적인 초인으로 태어난 게 됨으로 개연성과 의미를 갖추게 되는거죠. 거기다가 본작에서 여주인공인 케이시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상처의 극복을 통한 정신적 성장'이라는 주제는, '언브레이커블'에서 데이빗 던이 힘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함과 동시에 영웅으로 각성하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비록, 비율 문제로 완벽하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의 원본 포스터의 금은 이어진다. 즉, 처음부터 감독이 암시를 하고 있던 것.

단순히 세계관 확장과 개연성 확보의 문제를 넘어, 쿠키 영상을 통해 본작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이 작품과 '언브레이커블', 그리고 이후 나올 후속작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데도 성공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평식 평론가의 '영악한 재고처리'라는 평이 정말 잘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당혹감을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나온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것도 크게 성공한 영화도 아닌 본전치기만 겨우 한 작품과의 연결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기 때문에, 반응은 둘 중 하나일겁니다. 당황하거나, 아니면 흥미를 느끼거나. 분명히 저처럼 흥미를 느낄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저 대머리가 나오는 쿠키영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을겁니다. '언브레이커블'을 본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이미 샤말란 감독에 의해서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이자 '23 아이덴티티'의 후속작인 '글래스'가 촬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어쨌거나 샤말란이 생각하고 있는 이 슈퍼히어로 3부작의 마지막 주사위는 굴러가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이미 히어로와 빌런에 대한 설명이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끝난 만큼, '글래스'는  영웅과 빌런의 대결만이 남아있는 셈인데, 이 작품으로 완벽하게 감이 돌아온 샤말란인 만큼, 후속작 역시 큰 기대가 됩니다. 

마블과 DC로 꽉 차 있는 히어로 영화 판에 블룸하우스-샤말란 풍의 전에 없던' 히어로 영화가 어느 정도의 반향을 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를 결과겠지만, 저는 성공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 물론 작중 제대로 등장하는 인격은 이상 성욕을 가진 데니스, 여성인격 패트리샤, 어린 아이 인격인 헤드윅, 그리고 본인격인 케빈과 '스포일러' 정도입니다. 그 외는 그냥 있구나 하고 짚고 넘어가는 정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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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킹 아서: 제왕의 검(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2017)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찰리 헌냄, 주드 로, 에이단 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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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가이 리치의 신작입니다. '맨 프롬 엉클' 이후로 얼마 안 지나서 바로 나온 신작이네요. 전작이 스타일에 집착해서 범작이 되어버린 모양새라면, 이번작은 어떨까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이 리치 영화입니다. 리치 특유의 현란한 편집과 영상, 그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교차 편집과 빠른 페이스의 장면 전환 덕분에 한 편의 게임 영상을 보는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이건 장점입니다.

그렇지만, 스타일의 과잉이 또 다시 발목을 잡은 느낌입니다. 일어날 일, 일어난 일, 그리고 실제 상황이 한 데 섞여서 마구잡이로 전개되는 특유의 교차 편집 방식은 처음에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독특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걸 반복하니 단순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전개를 억지로 빙빙 돌려서 설명한다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덕분에 현란함과 시원함 속에서 이유 모를 지루함은 가중되고요.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의 영상과 액션 연출도 화려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템포 조절 없이 밀어붙이니 이 역시 나중에는 신선함을 잃고 지루해져버립니다.
또한, 스토리 구성도 문제입니다. 이 영화는 '아서왕 전설'이라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라는 큰 이점을 지니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원작의 인물 구성과 이야기는 '재해석'이라는 난장판 아래 완전히 파괴된 채로 전형적인 판타지 설정만 갖춘 낡은 권선징악 이야기를 들고와버렸습니다. 물론 익숙한 구성을 적절하게 파괴하는 건 전개상에 신선함을 더해서 흥미를 불러올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건 아서왕 전설이 아닙니다. 그냥 인물 이름만 빌려온 수준이죠. 물론 이야기가 새롭거나 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그것도 아닙니다. 이야기는 낡았고 너무 전형적입니다. 이미 수 십 편의 영화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눈도 즐겁고, 나름 킬링 타임으로는 좋은 영화입니다만, 그게 전부입니다. 겉 껍데기는 화려한데 알맹이는 텅텅 비어있는 것이 안쓰러울 수준이었어요. 대체 이걸로 7부작을 만들려던 가이 리치와 워너브라더스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ps: 배컴이 나옵니다.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금방 찾으셨을거라 믿습니다. 그 목소리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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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2017)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안셀 엘고트, 존 햄, 케빈 스페이시 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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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라이트의 신작입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음악을 영화의 부속이 아닌, 음악에 영화 전체가 이끌려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 연출, 액션 심지어 연기까지 모든 것이 음악에 맞춰서 만들어졌는데, 이게 기가 막힙니다. 특히, 오프닝 부의 하이스트 씬에서 추격씬 그리고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커피 배달로 끝나는 초반부는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 각본조차 음악을 선정하고 거기에 맞춰썼다고 할 정도로, 그 어떤 뮤지컬 영화들이상으로 더 '음악'이라는 요소에 의존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되던 연출이지만, 영화 자체를, 특히 액션 영화에서 영화 전체적으로 시도가 된 건 처음입니다. 그 시도가 잘 맞아떨어져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에드가 라이트답지 않게 허술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하지만, 그에 맞지 않게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꽤 있으며 (후반부 케빈 스페이시의 박사 캐릭터가 그러합니다. 냉혹하고 계산적으로 나오는 초반부와 인정넘치는 후반부의 괴리감이 꽤 커요.) 주인공인 베이비의 캐릭터부터 이미 귀울음으로 인해 음악으로 귀울음 소리를 참아낸다는 설정이 있을 만큼, 영화의 메인인 '음악'의 매개체로서 만들어진 탓에 그렇게 까지 매력적이진 못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으로서 충분하지만, 그 이상의 개성은 없어요. 다만, 본작 자체가 음악의 흐름에 맞춰서 그냥 따라갈 수 있도록 맞춰진 걸 감안하면 제가 언급한 건 그리 큰 단점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에드가 라이트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던 곳곳에 숨겨진 블랙 유머와 감각적인 액션 연출, 그리고 잠시라도 딴 생각이 들지 못하게 하는 철저한 편집은 이 영화에서 역시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그 이전까지 봐왔던 다른 에드가 라이트 영화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개성이 옅어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할 수 없는 듯 합니다. 다만, 이 점은 자기가 만든 스타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잭 스나이더나 가이 리치같은 감독과 비교하자면 영화의 완성도와 방향성을 위해서 감독 특유의 스타일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니, 장점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랬던건지, 저는 영화가 생각보다는 평이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보다는 한 편의 길고 화려한 뮤직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확실히 개인 취향이 많이 작용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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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리턴즈




감독: 브라이언 싱어

제작: 존 피터스

각본: 댄 해리스, 마이클 도허티

출연: 브랜든 루스,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보스워스, 제임스 마스던 外


1. 정체성


브랜든 라우스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만큼, 리브의 슈퍼맨과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슈퍼맨 리턴즈’를 설명할 때 빠져서는 안 될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크리스토퍼 리브’일 것이다. 물론, 현재 나오고 있는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의 모든 슈퍼맨 영상 및 코믹스에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영화가 어디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본작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들의 후속작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전작들과 캐릭터 묘사와 연출의 차이, 그리고 스토리 적으로 존재하는 부정교합 등을 봤을 때는, 본작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이라기보다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들을 모티브로 삼은 브라이언 싱어의 팬픽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고로, 이 영화는 아주 애매한 영화다.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도, 그렇다고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영화 시리즈로 보기도 힘든 영화니까. 


2. 현실성


렉스 루터의 캐릭터는 본작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의 분위기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슈퍼맨 리턴즈’를 볼 때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현실성이다. 사실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슈퍼맨’ 시리즈가 구분이 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분명히 현실적이었지만, 이상적이면서도 신화적인 모습이 강조된 슈퍼맨을 보여준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와 다르게, 본작은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슈퍼맨을 그려낸다.

 물론 현대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트렌드인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에 맞춘 좋은 변화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작중 5년 동안 지구를 떠나있던 클락 켄트를 통해 실제 연도로 20년 넘게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돌아온 ‘슈퍼맨’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묘사도 나름 애틋하고 설득력있다. 

 그렇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뇌하는 슈퍼맨’ 보다는 ‘5년간 사라진 사이 변한 세상과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한 클락 켄트’에 지나치게 비중이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과연 3억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의 관객들과 기존 ‘슈퍼맨’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이나 이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슈퍼맨뿐만 아니라 그 외의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바뀐 시대상과 스타일에 맞게 변화되었는데, 아무리봐도 미스캐스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케이트 보스워스’의 로이스 레인 배역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럭저럭 훌륭하게 재해석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 중, 코믹스에서의 모습과 기존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에서의 모습이 알맞은 비율로 혼합되어 재해석된 렉스 루터의 캐릭터는 케빈 스페이시의 뛰어난 연기와 만나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로 영화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 성공했다. 

3. 아버지는 아들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싱어의 야심은 슈퍼맨 1편의 말론 브란도의 음성인 ‘아버지는 아들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를 재사용하는 데서부터 드러난다. 


 싱어의 목표는 단순한 팬픽이 아니라, 리브의 슈퍼맨 영화를 온전히 계승해서 살려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 적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그리고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서 다시 아들에게 아버지의 의지가 계승이 된다는 메인 테마가 잘 드러나며, 특히 위의 대사가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각각 ‘조 엘’과 그의 아들인 ‘칼 엘’의 입을 빌려 나오는 연출은 오롯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이전 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이는 원작의 팬들에게 있어서 반가운 선물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오마주적 요소들이 ‘계승’이라는 본작의 주제에 별다른 뒷받침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4. 결론


 분명히 기술적으로도, 드라마적으로도 뭐하나 못한 것 없이 잘 만든, 이른바 수재같은 영화다. 특히, 수미 상관적 구조로 만들어진 영화의 엔딩에 도달해서는 싱어의 야심과 더불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관객들과 팬들이 싱어에게 바란 건 단순한 팬픽이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본 글은 이미 저자가 히어로 갤러리(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phero&no=615867&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EC%95%84%EB%94%94)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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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더 우먼 


★★★★


차가운 외피를 던지고 따뜻한 심장을 취하다.


2. 미이라


★★


설명할 시간에 액션 하나 더 넣었어도...


3. 헬보이



매력적인 스타일과 캐릭터들로 유치하고 전형적인 스토리 하드캐리


4. 빅 아이즈



실화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은 팀 버튼. 다만 클라이막스는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

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마블 공장에서 자기 고향을 잊지 않은 제임스 건이 만든 우주판 가족의 탄생


6. 열차의 도착



가치 하나 만으로도 충분


7. 장화 홍련



귀신 없이도 가능했을 얘긴데... 감각적인 영상과 끝없이 불길한 분위기가 인상적


8. 끝까지 간다


★1/2


깔끔하게 만든 스릴러. 장면 하나 허투로 쓰지 않는다.


9. 문라이즈 킹덤



웨스 엔더슨의 영화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10. 헤이트풀 8



초심으로 돌아가 미국 폭력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간 타란티노


11.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1/2


새로운 희망을 위한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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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 8

 



한줄 평: ★★★★ 초심으로 돌아가 미국 폭력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간 타란티노

 

1. 서문

 

일단, 시작을 하자면, 타란티노다.

 

개인적으로 스타일 적으로 가장 잘 맞는 감독을 뽑으라면 쿠엔틴 타란티노와 나카시마 테츠야를 꼽는 편이고, 가장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을 꼽으라고 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를 꼽는다.

 

결국 말하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야기다.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고 불리울 만큼 유혈낭자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연출, 배우의 매력을 120% 살리는, 뛰어난 대사와 섬세한 묘사를 통해 만들어낸 뛰어난 완성도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신이 주신 재능까지.

 

영화광이라면 이런 감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2. 쿠엔틴 타란티노 8번째 작품.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그래서 제목도 헤이트풀 8 (증오의 8)’이며, 영화 내 스토리에 엮여서 들어가는 인원도 8명이다. (마부 오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전의 타란티노 영화와는 전개적인 특징이나 연출 스타일 면에서 크게 다른 게 없지만, 타란티노 본인의 초기작, 그 중에서도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케하는 특징들이 꽤 보이는 영화다.

 

일단, 캐스팅 면에서 타란티노의 초기작에서 얼굴을 자주 비추곤 했던 마이클 매드슨과 팀 로스가 간만에 재등장했다는 점, (로스는 펄프 픽션 이후 22년 만이고, 매드슨은 킬빌 이후로 13년 만이다.) ‘저수지의 개들처럼, 기본적으로 한 장소에서만 (‘저수지의 개들은 창고, 헤이트풀 8은 여관)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과 똑같이 주요 등장인물들이 8인으로 구성이 된다는 점까지. 거기다가 이야기적으로도 일이 잘못되어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갈등 끝에 숨기고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큰 유사점을 보인다.

 

3. 타란티노 스타일의 정점

 

비록 타란티노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만든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 실력까지 초심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여전히 캐릭터 하나하나를 실감나고 존재감 있게 살려내는 재주는 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영화 내 주요 등장인물 8인 뿐만 아니라 잠깐잠깐 회상에서나 등장하는 단역들에게 까지 큰 존재감과 개성을 부여해내는데 성공할 뿐만 아니라, 어느 캐릭터 하나 허투루 소모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사무엘 L. 잭슨, 월튼 고긴스,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또한, ‘비밀을 가진 도머구파트 전까지 캐릭터 간의 갈등을 조성하고 스토리적으로 중요하게 작용될 복선들을 착실하게 깔아내는 걸 보고 있자면, 타란티노가 괜히 천재가 아니구나...라고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히, 워렌이 스미더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별다른 기술적 기교 없이 순수하게 등장 인물간의 대화씬과 과하지 않은 교차 편집, 그리고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으로만 언제 누가 먼저 총을 빼들지 모르는 긴장감을 조성해내는 것이 백미다.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후반부 부터의 전개를 위해서 전반부에서는 셋업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일단 본작 자체의 전개속도가 이전의 타란티노 영화들 이상으로 루즈한 감이 없지 않아있는 것도 사실이고, 전반부에서는 위에서 말한 고백씬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씬으로만 이루어져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러한 타란티노 특유의 이빨까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완벽한 캐스팅을 보여주던 그가 채닝 테이텀을 택한 것에 대해서 살짝 의구심이 든다. 분명히 테이텀이 좋은 배우인건 맞지만, 원래 테이텀의 역할에 조쉬 브롤린이나 비고 모텐슨 같은 배우들이 고려되었음을 감안하면, 배역에 비해 배우의 느낌이 다소 가벼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지나쳐가는 배역이었으면 몰라도, 테이텀이 맡은 배역이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타란티노답지않은 미스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결론을 내리면 헤이트풀 8’은 타란티노의 전작들인 쟝고: 분노의 추적자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비해서 타란티노 본연의 성격이 더 진하게 배어있는 동시에 영화의 기본에 더 집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쟝고바스터즈보다도 대사나 편집 같은 기본기에 더 기대는 느낌이며 (그렇다고 쟝고바스터즈가 수다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다.), 이전 작들처럼 파격을 추구하기 보다는 영화 자체의 이야기에 더 집중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쟝고’, ‘킬 빌’, ‘바스터즈에서 보여줬던 타란티노 특유의 파격과 강렬함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대사, 편집, 이야기와 같은 기본기에 집중한 결과, 타란티노 특유의 대사 처리나 전개 방식이 더 돋보이는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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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record review: 원더우먼 (2017)







*특별한 형식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 갈기는 리뷰입니다. 고로 앞 뒤가 안 맞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앞서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phero&no=616546 에 이미 먼저 업로드한 글입니다. 걔가 저임.



1. 슈퍼 히어로라는 장르는 장르 특성상 거의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한 장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하는 범죄 액션물이 될 수도 있고(다크나이트),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장 만연한 문제인 인종 및 성적인 차별을 진지하게 다루는 드라마 물이 될 수도 있으며(엑스맨 시리즈), 아니면 세상에게서 버림받은 악당이 악당을 처단하는 강렬한 피카레스크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다.(퍼니셔)


그렇지만, 이렇게 장르적 세분화가 꾸준히 이뤄지는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 때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면, 


1. 캐릭터성

2. 드라마

3. 액션


이렇게 3개가 아닐까 싶다. (엑스맨 시리즈는 특성상 전통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하기는 좀 힘드니 제외하자.)


2. 최근의 히어로 영화의 제작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드라마와 인물에 대한 깊은 묘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단순한 액션 영화의 하위 장르로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슈퍼 히어로 영화는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모든 것이 그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위해서 만들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주인공이 되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의 완성도가 미흡할 경우,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가 무너질 정도로 등장 인물의 완성도에 영화 전체가 크게 기대고 있다는 거다. 


3. 최근의 마블 영화에 비해 DC 영화들이 비판을 받은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거다. 히어로가 중심이 되는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중심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맨 오브 스틸’은 좀 나았다. 분명히 주인공인 슈퍼맨의 캐릭터성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영화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는 캐릭터였을 뿐만 아니라, 그 미흡함까지 캐릭터의 개성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렇지 못했다. 두 영화 모두 문제점을 말하자면 수도 없이 나오겠지만, 두 영화의 공통된 가장 큰 문제점은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최근 영화계에 있어서 이브의 독사과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요 등장인물의 묘사를 완전히 내팽겨친 영화였으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아예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가 뭔지도 모르는 듯 갈팡질팡하는 영화였다. 


이런 상황에서 ‘원더 우먼’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4. 고백하자면, 나는 ‘원더 우먼’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다. 심지어는 예고편도 한 번도 보지 않았을 정도니.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본 슈퍼 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로건’, ‘시빌워’와 함께 이 영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5. DC 필름즈는 이 영화에서까지 자신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슈퍼 히어로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범생같은 영화다. 영화의 중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더우먼’이고, ‘영웅의 탄생-힘의 자각-빌런과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빌런과의 싸움’에 살짝 변주가 가해진 걸 빼면 (사실 변주보다는 재해석이 맞을듯하다.) 충실하게 지켜진다. 


어찌보면 ‘원더우먼’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의 서부극, 어반 판타지 심지어 화장실 코미디로 까지 변주되고 있는 슈퍼 히어로 장르에 있어서 최근의 동향과는 상당히 엇나가는 영화다. 근래 나온 여성 중심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완성도 높은 인물 묘사를 보인 것과 별개로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만 따져보면 이만큼 보수적인 영화가 없을 것이다.


6. 이 영화가 가장 성공한건 바로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훌륭한 캐릭터성, 느리지만 결코 과욕을 부리지 않고 강약 조절이 잘 되어있는 구성까지.


특히, 이질적인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섞인 로맨스와 배우들의 탄탄한 호연(갤 가돗은 말할 것도 없고 크리스 파인은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 밖에 이완 브렘너나 데이비드 듈리스, 대니 휴스턴 등의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탄탄하게 받쳐준다.)은 영화의 드라마에 깊이를 불어넣어준다. 위에서 말한 ‘가장 중요한 3개’ 중 벌써 2개가 탄탄하다. 


7. 위의 ‘3가지’ 중 마지막 요소인 액션 또한 인상 깊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 완성된 DC 특유의 액션 스타일은 본작에서 큰 빛을 발한다. 특유의 호쾌한 타격감과 슬로우 모션과 특유의 카메라 워크를 통해 만들어내는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액션씬은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에 이어서 여기서도 진경을 만들어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빼자. 난 아직도 그 영화가 뭐하는 영화인지 모르겠으니...)


8. 요약하자면, 최근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흔히 빠지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무시될 수 있을 수준이다. 


그리고, 드디어 DC는 차갑고 낯설기만 한 외피를 벗어던지고 따뜻한 심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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